탑에 이마를 대고 천년의 시간을 염력으로 건너온 탑의 이마에 예순의 시간이 저절로 쌓인 이마를 대고 말을 기다린다 버거운 짐 지고 나르느라 제대로 누워 쉬지도 못했다고 참말로 애썼으니 이제는 부려놓아도 된다고 천년 다물었던 입 열어 여물같이 다독여줄 말을 기다린다 결기 세워 달음박질칠 일 없다고 이제는 쉬엄쉬엄 가라고 채찍 대신 안녕하게 이끌 고삐 같은 말을 기다린다 잊어버려도 좋았을 한 때의 사랑도 미련 없이 떠나고 싶던 청춘의 설움마저 고임돌 되어 튼튼해진 한 생의 탑 앞에 착한 신도가 되어 차 공양이라도 올리고 싶은 이순의 시간 천년을 윤회하는 동안 한번은 안았을 법한 인연을 수소문하면서 탑에 이마를 대고 차갑게 말을 기다린다 채찍에 굴복했던 시간에 용서 구하며 얻기보다 바치게 해달라고 다시 천년을 무너지지 않고 버티게 해줄 열린 말을 기다린다 ☞ 신라 선덕여왕 15년(646년)에 자장율사가 창건한 경남 양산 통도사는 우리나라 3대 사찰(통도사, 해인사, 송광사) 중 으뜸인 불보종찰로서 나라의 큰 사찰이다. 통도사라는 절 이름은 석가모니의 탄생지인 인도(印度)와 통한다는 뜻과 금강계단을 통하여 도를 얻는다는 의미와 진리를 깨달아 중생을 극락으로 이끈다는
정취암 쌍거북바위 곁에서 원통보전에 예 올리고 절벽을 타고 올라 쌍거북바위 곁에 앉으니 정취보살 금방 다녀가신 듯 바윗돌은 따뜻하고 삼성각 앞에 매단 금박의 보리수 소원지와 거북 등에 따개비처럼 붙여놓은 시주동전 쓰다듬는 봄바람도 세심대 건너온 측은지심이다 절집 오르는 꼬부랑길처럼 밀고 떠밀리고 뒤틀리며 깊어진 삶의 여울을 누가 섣불리 정진이라 불렀던가 세상에는 몰라야 보이는 것 알고 있다는 거짓이 빚어낸 이름들이 얼마나 많으냐고 벼랑 진 화법으로 설법하는 관음보살 지나온 길 앞으로 가야 할 길 모두 굽이져 있다고 산다는 게 결국 누가 누구에게 진 빚 갚듯 누구의 빛이 되어주는 거라고 백 년 넘은 공력으로 이순耳順의 물목을 품어주는 독야청청 늙은 소나무 그늘 얇고도 순하다 ☞ 산청군 신등면의 대성산에 자리한 정취암은 목조관음보살과 산신탱화가 유명하다. 정취보살은 극락 또는 해탈의 길로 빠르고 힘차게 인도하는 보살로 불가에 알려져 있다. 이 정취보살을 주 전각인 원통보전에 모시고 있는 절집이 1300년 역사를 품은 정취암이다. ‘절벽 위에 핀 연꽃’이라는 수식이 붙을 만큼 기암절벽 사이에 자리한 정취암은 그 상서로운 기운이 가히 금강산에 버금간다고 하여 예로부
회광반조를 가르치는 적묵의 여래 광활한 포구다 삶에 지친 이들 삿된 번뇌로부터 극락정토로 건네주는 반야용선의 선창이다 지혜의 화신이요 자비의 법신이다 일천오백 년을 한결같이 고해苦海에서 해인海印으로 용선의 뱃머리를 이끈 화엄의 등정각자等正覺者이다 천축의 땅 건너오듯 화왕의 불기운 광배 삼아 옥천의 물소리 가사 삼아 깨달음에 무슨 말이 필요하냐며 사귀 여덟모 기단에 염화의 미소로 나투셔서는 동東으로 몸을 두신 까닭 거푸 물어도 너 가고자 하는 길이나 알아보라고 회광반조*로 답하시는 적묵의 여래 *회광반조回光返照 : 참나를 다른 데서 찾으려 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찾으라는 말로 불교에서 선을 수행하는 하나의 방법. ☞ 통일신라 8대 사찰 가운데 하나인 관룡사(觀龍寺)는 창녕을 대표하는 고찰이다. 시대를 달리하여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정토(淨土)를 꿈꾼 두 사람, 즉 원효와 신돈과 매우 깊은 인연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용을 본다’라는 뜻의 절 명칭은 원효대사와 관련이 있다. 권력마저 벗어던지고 패전국을 찾아 전쟁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을 어루만지고 평화를 기도했던 성사(聖師) 원효가 화엄경을 강론을 펼친 곳이다. 그런가 하면 절 입구 옥천사지는 고려 말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