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부터 전면 도입되는 ‘고교학점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규모 학교가 많은 강원특별자치도 특성상 교사 및 전문강사 확보에 어려움이 따르는 등 도농간 교육 격차가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수강하고 싶은 과목을 선택하고 이수 학점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도교육청이 내년 시행을 앞두고 ‘강원형’ 고교학점제로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교사 확보와 인프라 확충 등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는 점에서 도내에서 제대로 정착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9일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은 고교학점제 도입에 대비해 도내 115개 모든 고등학교에서 학습공간 및 행정관리 공간 조성이 다음달 말까지 마무리된다고 밝혔다. 9월 1일 개교하는 강원온라인학교를 통해 온라인 교육과정 수강을 지원하고 온라인을 통한 자기주도적 학습공간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당국은 다양한 학습 선택권을 부여해 학생 개개인의 다양성을 지원하고 미래사회에 필요한 창의적·자율적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규모 학교가 많은 강원도 특성상 제도 취지가 제대로 유지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도시에 비해 교사 수가 적고 전문 강사 확보가 어려워 다양한 과목을 개설하지 못하는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학생 수가 적어 수요가 부족한 특정 과목의 개설이 힘들고, 이는 다시 학생 선택권 제한으로 이어지는 악순환도 예상된다.
더욱이 학교내 개설되지 않은 과목에 대해서는 다른 고교, 지역대학 등에서 개설한 수업에 참여하도록 한다는 점도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할 수 있을 지 미지수다. 학생들이 다른 학교로 이동할 경우 교통편의 문제, 인솔교사 책임 소재 등 고려해야 할 사안이 많기 때문이다. 도내 한 교사는 “다양한 과목이 개설됨에도 필요한 교사 정원은 늘지 않기 때문에 업무 과중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A~E단계의 내신 절대평가를 도입하면 대입에서 내신성적의 비중이 줄면서 특목고, 자사고, 8학군 일반고 등이 유리해지고 도내 고교는 불리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같은 우려에 대해 교육당국는 소규모 학교가 오히려 고교학점제 도입에서 유리할 수 있다고 반론을 내놓았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고교학점제는 선택권 다양화, 학생 책임지도, 과목 선택 안내 등 세 가지 축으로 운영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작은 학교는 교사가 학생 개개인의 진로 설계를 세심하게 해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예산 측면에서 봐도 학생 1인당 지원액은 작은 학교가 더 많다”고 밝혔다.
한편 도교육청은 도내 중학생,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고교학점제에 대한 이해를 돕기위해 ‘중학생을 위한 고교학점제 박람회’를 오는 13일 원주 치악중에서 개최한다. 이어 오는 24일 강릉, 31일 춘천, 다음달 7일 속초에서도 같은 박람회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