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은 프랑스에 유학하면서 사진기법에 관심을 가지게 됐으며, 그 중에서도 과거의 실존에 대한 기억을 포토그램(Photogram) 기법을 사용해 보여준다. 포토그램은 감광지 위에 사물을 두고 빛을 순간적으로 강하게 쐐 그림자를 순간적으로 고정하는 방식이다. 필름처럼 이미지를 담아둘 매개가 없으므로, 일반적인 사진처럼 여러 번의 인화가 가능하지 않고 오로지 유일한 한 장의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물체를 통과한 한순간의 빛의 흔적을 잡는 이러한 방식은 여러 점을 인화할 수 없으며, 결과물 역시 일상적인 풍경이나 인물 등의 사실적 형태를 담아내는 방식과 다르게 추상적이고 초현실적인 이미지로 나타난다. 작가는 이러한 포토그램을 시각적으로 풀어나갈 하나의 '매개체' 역할로 보고 메시지를 전달한다.
'섬'(2016-2017)은 포토그램 기법으로 제작한 작품으로, 인화지 위에 유리컵을 올려두고 여기에 빛을 쬐어 나타나는 그림자를 찍는다. 이때 유리컵이라는 대상뿐만 아니라, 빛이 쏘여진 순간에 함께 있던 먼지, 이물질, 흠집 등도 함께 포착된다. 작가는 엎어진 유리컵의 모습이 마치 검은 바다에 떠있는 섬과 같다고 느끼며, 현대사회에서 저마다 자신만의 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실존적 외로움을 은유한다. 이는 작가가 개인적으로 느꼈던 공허함에 대한 시각적 표현이기도 하다.
김영진은 2009년 목원대학교 미술교육과를 졸업, 2014년 프랑스 낭트보자르(ESBANM) 조형예술 (DNAP) 졸업 및 동대학교 조형예술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2020년 '침묵의 공간'(모리스 갤러리, 대전), 2022년 '마주하는 마음'(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대전) 2023년 '2023아트랩대전 김영진'(이응노미술관 M2, 대전)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2019년 'Human cage'(복정동 분수광장, 성남), 2021년 '넥스트코드 2021'(대전시립미술관, 대전), 2022년 '프리뷰'(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대전), 2022년 'Stay tuned for the TEMI's Hertz'(대구예술발전소, 대구) 등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2018년 파리 이응노레지던시, 2022년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레지던시에 참여했다.
김민경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