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부산 제조업 현장이 외국인 근로자 확보조차 못하고 있다. 코로나 엔데믹에도 외국인 근로자 수급이 여의치 않으면서 부산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는 물론 타 지역으로 이전하거나 문을 닫는 현장도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일 부산연구원의 ‘부산 지역 외국인 근로자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부산 지역 5인 이상 제조업체의 외국인 근로자 구인 인원은 617명이었지만 실제 채용 인원은 437명에 불과했다. 부산의 외국인 미충원율은 29.1%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았다. 전국 평균 미충원율(16.2%)의 배 수준이다. 특히 2018~2022년 부산 제조업 외국인 미충원율이 전국 7~9위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부산 지역 외국인 근로자 급감은 심각한 수준이다. 부산연구원 고영근 경제동향분석위원은 “부산 취업 자격 체류 외국인은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2019년 수준에 여전히 미치지 못한 상태”라며 “반면 부산 제조업의 외국인 근로자 채용 계획 인원은 해마다 늘고 있어서 향후 현장의 인력난은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외국인 근로자 인력난은 더욱 심각하다. 부산에서 표면처리업체를 운영하는 A 대표는 “전체 직원 60여 명 중 35명이 외국인 근로자로, 이들이 없으면 공장이 돌아가지 않는데 인력 수급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더 이상 외국인 근로자도 단순노동 기반의 제조업을 선호하지 않으며, 일이 편하고 조금이라도 돈을 많이 주는 곳으로 가려한다”고 밝혔다.
경영난에 시달리는 부산의 중소 제조업체들은 외국인 근로자의 잦은 이직과 이를 제어할 수단이 없다는 것이 구인난을 가중시킨다고 호소한다.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B 대표는 “불법체류자 신분이 되더라도 건설 현장 일용직 등 더 많은 임금을 받길 원해 갑자기 무단 이탈하는 경우도 많다”며 “일한 지 3개월도 안 된 외국인노동자가 사업장 변경을 신청하는데, 당장 일손이 부족해 이를 거부하면 태업으로 일관하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올해 고용허가제 외국인 근로자 규모가 16만 5000명으로 늘어났지만, 업계의 인력난은 여전하다. 지난해보다 4만 5000명 늘어난 수치라고는 하지만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외국인 근로자 수에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의 ‘외국 인력 고용 관련 애로사항’ 조사에 따르면, 약 3만 5000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더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기중앙회 부산울산지역본부 허현도 회장은 “내국인 근로자의 고령화, 취업 기피에 따라 외국인 근로자가 중소기업의 핵심 인력이 된 지 오래”라며 “외국인 근로자 부족으로 지역 제조업의 생산능력이 떨어지면,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원청 기업의 생산 차질 등 제조업 전반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인력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용허가제 등 제도 개선, 근무 환경 변화, 외국인 근로자 인식 제고 등 다양한 해법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부산연구원 신현석 원장은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수의 외국인 근로자를 도입하기 위해선 지금의 고용 허가 제도는 개선이 필요하다”며 “외국인 근로자 인력난 해결에 앞서 이주 근로자의 정주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