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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무차별 갭투자로 양산된 깡통 전세… 빚 폭탄 터지면 '보증금 사기꾼' 신세

[시그널: 속빈 전세들의 경고·(3)] 투자든, 사기든… 말로는 '파국'

전세가 폭등하던 시기 사들인 집

가격 떨어지자 보증금 빚더미로
깡통 양산 갭투자자 채무자 신세
제도악용 투자, 사기적용 어려워

사기일까, 사고일까. 의도를 떠나 무자본 갭투자가 낳은 깡통주택의 말로는 '파국'이었다. 임차인과 임대인 둘 다 마찬가지다. 수소문 끝에 만난 임대인 김준형(가명·40대)씨도 "이럴 줄 알았으면 임대업 안 했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준형씨는 경기도 내 빌라(연립 및 다세대)·오피스텔 116채를 보유한 다주택자다. 전세가가 폭등하던 2019년부터 임대업을 시작해 4년여 동안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신축 직후거나 준공 3년 이내인 빌라들이 주 대상이며, 건물 단위로 보면 통째로 8개동을 거느린 '건물주'이기도 하다.

8개동 중 3개동은 지난 2021년부터 현재까지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 90% 이상을, 1개동은 100% 이상을 기록한 전세계약 내역 다수가 확인됐다. 자기 돈이 주택가액의 10% 이내로 들었거나, 아예 자기 돈 없이 빚으로만 계약 가능했던 깡통주택이 다수 존재한다는 뜻이다.

준형씨는 특별취재팀 빅데이터의 시그널이 가리킨 '고위험 다주택자' 중 한 명이다. 실제 현장에서도 징후는 확인됐다. 지난달 중순 준형씨 건물 앞에서 만난 한 세입자는 "2년 전 계악 당시 보증보험을 가입하려 했는데, 건물에 빚이 많이 껴있다고 거절됐었다"면서 "당시에는 사정을 잘 몰라 신축이면 당연하다는 식으로 설명을 듣고 그냥 납득했었다"며 불안감을 내비쳤다.

해당 건물은 등본상 제2 금융권 근저당 16억8천만원이 선순위로 설정돼 있다. 추정 건물가액 약 20억원의 85%가량이 빚더미인 셈이다. 설령 파산한들 세입자들의 보증금은 은행이 먼저 챙겨가게 된다. 인근 공인중개사들도 위험 건물로 중개를 피한다고 입을 모았고, 그가 보유한 타지역 건물들도 등본상 유사한 상태였다.

올해 들어 전세가가 폭락하면서 준형씨 수중의 수백억대 보증금은 차츰 빚더미로 변모할 위기에 처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는 "못 버티면 결국 전세사기꾼 되는 것 아니냐"며 결백함을 밝혔다.

그는 "모든 물가가 다 오르는데 전세가만 떨어지고 있고, 전세는커녕 월세로 들어오려는 세입자도 없어 이자만 쌓이고 있다"면서 "상황은 점점 나빠질 것 같지만, 그나마 계약 만기가 가까워지는 세입자들에게는 조금만 더 살아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수시로 소통하면서 거의 모든 정보를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재산 증식 신화의 끝엔… 남의 돈으로 '수십억 빚더미'


갭투자자의 사기 의도를 함부로 판명하기는 어렵다. 제도를 활용한 합법적 투자 수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실제 수사기관이 전세사기 혐의 적용에 어려움을 겪는 배경도 임대인이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게 된 상황의 기망(고의성) 입증에 난항이 있기 때문이다.

사기 의도가 없어 보인다 한들, 준형씨처럼 깡통주택을 양산한 갭투자자들은 적어도 수년 동안은 수십억대 채무자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특별취재팀이 분석한 고위험 다주택자 목록에서는 준형씨를 포함해 등본상 근저당을 말소시키고 있거나 주택 일부를 타인에게 매매하는 등 수습 흔적이 드러난 다주택자도 일부 있었는데, 대부분이 수년이 지난 현재까지 막대한 빚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실제 72채를 보유한 다주택자 A씨의 33세대 규모 오피스텔은 2021년 102억원의 근저당이 설정된 뒤 꾸준히 조금씩 말소되어 왔으나 지난해 기준 여전히 58억원이 남아 있다. 69채를 보유한 B씨의 18세대 연립다세대 주택은 2019년 17억원의 근저당이 설정됐고, 올해 3월 기준 10억원이 남아 있다.

특별취재팀이 직접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건물들과 유사한 방식으로 여러 주택을 매입했을 가능성을 고려하면, 50채 이상 보유 다주택자들의 밝혀지지 않은 채무는 더 클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 빚들은 단순 개인 채무가 아닌 세입자들이 맡겨 놓은 전세보증금일 가능성이 크다.

즉 이들이 갚아나가는 수년 동안은 세입자들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피해가 크게 점쳐지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호황기에 다량의 주택을 매입한 것은 투기로 볼 위험성이 있다고 진단한다. 윤성진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전세가가 매매가에 근접한 시점은 고의가 있었든 없었든 반환 능력이 부족한 거래가 많을 수 있다"면서 "이런 시기에 집중적으로 주택을 사들인 사람은 투기 위험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 이 기사는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가 주관한 지역신문 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된 기사입니다. 이 사업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실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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