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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뉴스분석] '이주노동자 주거지원 사업' 경기도내 80% 포기

나설 이유가 없는 농가… 변함 없는 외국인 숙소

한파 속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하던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 속헹씨 사망 사건이 발생한 지 약 3년이 흘렀지만,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은 요원하다.

속헹씨 사건 이후 추진된 이주노동자 주거지원사업만 봐도 경기도에서 10곳 중 8곳이 농가 부담, 인·허가 문제 등으로 '사업 포기'를 택했다. 특히 농촌지역의 문제인데 주거환경 개선을 강제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이주노동자의 억울한 죽음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13일 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 2021년 이주노동자에 안전한 주거환경을 제공하는 등 안정적인 노동환경 조성, 인권침해 사고 예방을 위해 '농업분야 외국인 근로자 주거지원사업'을 추진했다. 2020년 12월 영하 20도 날씨 속 포천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지내던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가 사망하면서 이주노동자 숙소 문제가 불거졌고 농림축산식품부가 관련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이주노동자를 고용한 농가를 대상으로 이주노동자 주거시설을 개보수하거나 신축 설치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농림축산식품부 중심으로 국비, 지방비, 자부담을 매칭해 이뤄졌다. 도내에서는 사전 수요조사를 거쳐 사업량을 8개 시군 108개소로 확보했는데, 정작 이 가운데 88개소는 '사업 포기'를 택했다.

대부분 농지, 건물 인허가 불가
자재가격 올라 비용 부담도 커져
실효 의문… 道 "공동숙소 논의"


이주노동자가 일하는 장소 인근에 주거시설을 두고 싶은데 이 경우 대부분 농지다 보니 가설건축물 인·허가가 나오지 않았고 자재비용이 올라 농가 부담이 커지자, 주거지원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농가가 속출했다는 게 도의 설명이다. 사업을 완료했거나 사업을 추진한 곳은 지난해 기준 20곳에 그쳤다. 고양시, 양주시, 포천시는 신청한 농가 모두 사업을 포기했다.

결국, 농가가 비용적인 부담을 감내해서라도 주거지원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사업 추진 의지가 없으면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는 어려운 셈이다.

이천시, 고양시 등에서도 사업 포기가 많았던 이유에 대해 농지에 가설건축물을 세울 수 없는 인·허가 문제를 꼽았고 "농가가 하지 않겠다고 하니, 더는 사업을 이어갈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해당 사업은 2021년 추진을 시작했는데 전국적으로 사업 포기가 많아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 주거지원 개선에 한 발짝도 다가가지 못하고 종료됐다.

현재 이주노동자의 노동환경을 그나마 살펴볼 수 있는 것은 법무부의 공공형 외국인 계절 근로제도 등에 그친다. 더욱이 불법 체류자는 대부분 제도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등 사각지대에 놓인 현실은 여전하다.

최근 포천 돼지농장에서 10여년 일한 60대 태국인 이주노동자는 농장 귀퉁이 작은 공간에서 살다가 숨진 채 발견됐고 전북 고창에서도 태국인 부부가 추운 날씨를 견디기 위해 장작불을 피우다 숨졌다.

이 같은 상황에 도에서도 관련 대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이주노동자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대책 마련에 정부뿐만 아니라 도에서도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자체 예산으로 이주노동자 공동숙소 마련 등 내부적으로 다양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