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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강바람 ‘타고’ 즐겨 보는 진주 남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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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람선 ‘김시민호’ 타고 진주성 바라보며 역사 이야기 듣기
푸른 남강과 나란히 ‘레일바이크’ 타고 발아래 꽃밭 즐기기

 

생각해 보면 ‘남강’을 바라보는 건 늘 진주성 쪽에서였다. 진주성 맞은편에서 바라본 풍경의 주인공은 강이 아니라 불 밝힌 성의 야경이었다. 푸른 강바람이 부는 5월, 유람선과 레일바이크를 타고 경남 진주시를 가로질러 흐르는 남강을 다르게 바라봤다.

 

 

■진주성 성벽 따라 물길 따라 두둥실 ‘김시민호’

 

지난달부터 남강에 뜬 유람선 ‘김시민호’는 인기몰이를 하며 이미 떴다. 주말과 저녁시간은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표를 사기 위해 물빛나루쉼터로 향했다. 김시민호는 두 군데에서 탈 수 있다. 진주성 맞은편 망진나루와 촉석루 쪽 촉석나루이다. 망진나루에서 출발하는 배편이 더 많다. 물빛나루쉼터는 망진나루 인근에 새로 지은 건물로, 유람선 표를 사고 쉴 수도 있는 공간이다. 건물 앞면이 유리로 돼 있어 남강이 훤히 내다보인다. 배를 타지 않더라도 가볼 만한 곳이다. 촉석루의 지붕 곡선과 기둥, 다포 형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건물 디자인이 이색적이다.

 

출발 10분 전, 승선 장소로 내려갔다. 유람선 모양도 색다르다. 정자(亭子)처럼 만든 정자선 형태이다. 정자선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뱃놀이의 흥이 난다. 풍류를 즐기던 옛 선비가 된 기분이다. 흥얼흥얼 콧노래가 나온다.

 

 

 

“우리나라 지형은 동쪽이 높고 서쪽이 낮은 동고서저 지형입니다. 그래서 강물도 대부분 동에서 서로 흐르지요. 그런데 진주 남강은 서에서 동으로 흐르는 서출동류의 물입니다. 예부터 굉장히 귀하게 여겼고요, 서출동류의 지역은 많은 발전과 평안함이 있다고 하지요. 서울 청계천도 서출동류의 물입니다.”

김시민호에는 관광해설사가 함께하며 흥미 있는 역사 이야기를 들려준다. 현장을 눈으로 바라보며 듣는 이야기는 지루하지 않고 귀를 쫑긋 세우게 한다. 배는 망진나루를 출발해 먼저 진주성으로 접근했다.

 

“교과서에 진주대첩과 김시민 장군 이야기는 안타깝게도 한 줄 정도밖에 나오지 않지요. 임진왜란 1차 전투에서 김시민 장군은 승리했지만 2차 전투 때 진주성은 결국 함락됐습니다. 그 당시 7만 백성이 목숨을 잃었는데요, 그 시체가 강을 덮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이렇게 평온하고 아름다운 남강이지만 아픈 역사가 서려 있습니다.”

 

영남의 이름난 누각으로 꼽혔다는 촉석루에 다가섰다. 누각에서 바라보는 남강의 풍경도 뛰어나지만 강 위에서 바라보는 누각도 그림같이 아름답다. 촉석루 아래 의암과 암벽이 눈에 들어온다. 그간 바위 위에서는 보지 못했던 글자들이 보이고 해설사의 설명도 곁들여진다. ‘一帶長江 千秋義烈(일대장강 천추의열)’. 한 줄기 긴 강이 띠를 두르고, 의열은 천 년의 세월을 흐르리라. 김시민 장군 전공비 비문을 쓴 한몽삼이 1619년 새긴 글이다. 그 주변에는 40여 명의 이름이 각석돼 있다. 바로 앞에는 논개가 왜장을 안고 강물에 뛰어든 의암이 보인다. 한자로 ‘義巖’이 새겨져 있다.

 

진주교 근처에서 다시 뱃머리를 돌린 배는 ‘하모’에 가까이 간다. 하모는 남강과 진양호에 사는 수달을 모티브로 한 진주시 관광캐릭터. 남강둔치 근처에 떠 있는 높이 10m 대형 하모는 포토존으로 유명하다. 하모가 둔치를 바라보고 있어 배에서는 옆모습만 볼 수 있다. 조금 아쉽다 싶었지만 달리 생각하니 둔치에서는 볼 수 없는 옆모습이다. 카메라에 그 모습을 담느라 손가락이 바빠진다.

 

남강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다시 촉석루와 성벽을 눈에 담았다. 성벽 아래 유등을 만드는 손길이 바쁘다. 10월 유등축제를 앞두고 제작에 들어갔다고 한다. 색색 유등이 뜨면 더욱 빛날 10월의 남강이 기다려진다. 남강 푸른 물 위를 오간 30분간의 멋진 유람이었다.

 

 

■남강과 나란히 낭만 싣고 달리는 ‘진주레일바이크’

 

오래된 듯 보였지만 관리가 잘 돼 있었다. 경남 최초의 레일바이크인 진주레일바이크는 2012년 문을 열었다. 레일바이크가 달리는 철로는 하동을 지나 전라도 광주 송정역까지 가던 기찻길이었다. 경전선 직선화·복선화로 철도 노선이 변경되면서 폐선됐다.

 

탑승장에는 작은 놀이동산이 있다. 놀이기구는 미니 바이킹, 미니 허리케인 등 4가지. 어른들 눈에는 시시해 보이지만 어린아이들은 좋아할 만한 곳이다. 놀이기구를 타려면 따로 표를 사야 한다. 4인승 레일바이크에 2명이 탔다. 반자동이 아니라 수동 형식 페달이라니 힘들지 않을까 살짝 겁이 나긴 했다. 페달을 밟아 출발해 보니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출발하자마자 포토부스를 만난다. 지나가는 모습을 자동으로 찰칵찰칵 찍는 게 아니라 레일바이크의 브레이크를 잡고 아예 멈춘다. 직원이 카메라를 들고 나와 셔터를 누른다. 아날로그 감성이다. 여러 컷 찍은 후에 다시 출발. 발아래 색색 꽃들이 있어 꽃밭 위를 달리는 것 같다. 레일바이크에 닿지 않는 꽃들의 작은 키가 귀엽다. 선로 옆으로는 키 큰 꽃들이 한들한들 강바람에 흔들린다. 예쁜 꽃들이 눈길을 뺏고 마음도 뺏는다.

 

 

 

꽃뿐 아니라 아기자기한 조형물이 여기저기 놓여 있다. 평일이라 그런지 뒤에 가깝게 따라오는 이들이 없어 여유롭게 하나하나 즐겨 본다. 얼마 지나지 않나 나무 사이사이로 보이던 남강이 어깨 옆으로 시원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강과 나란히 달리다니 ‘와~’ 절로 감탄이 나온다. 오르막이 없는 평지라 ‘이거 수동 맞나’ 싶을 정도로 페달이 씽씽 돌아간다.

 

초록초록 봄의 기운을 한껏 느끼며 달리다 보니 ‘행운의 열쇠’존이 나온다. 사랑과 우정, 행복을 굳게 약속한 자물쇠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그 약속들 풀릴 날이 없기를. 강바람에 핑핑 돌아가는 바람개비는 동심으로 돌아가게 한다. 반환점에 도착하면 직원이 기계로 레일바이크의 방향을 돌려준다. 반환점 인근 덱 바닥에 깔린 딸기 조형물이 재밌다. 오는 길엔 꽃에 눈이 많이 갔다면 돌아가는 길은 강 구경에 푹 빠지면 된다. 강 쪽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워졌다고 강바람이 더 시원하다.

 

도착점 직전 포토 부스에서 찍었던 사진을 보여준다. 찍을 때만 해도 살 생각이 없었던데, 직원이 해 보라던 ‘꽃받침’ 복고 포즈 사진이 재밌어서 사고 말았다. 인화된 사진을 손에 쥐어 본 게 얼마만인지. 왕복 4km 40여 분, 아날로그 감성을 충만하게 누렸다.

 

 

▷여행 팁: 남강에 뜬 대형 수달 ‘하모’의 앞모습을 보고 싶다면 진주성 맞은편 남강 둔치로 가면 된다. 진주성 야경이 멋지니 해가 진 후에 가면 더 좋다. 진주성 야경과 불 밝힌 김시민호, 하모를 한눈에 한 컷에 담을 수 있다.

 

유람선 ‘김시민호’는 망진나루(물빛나루쉼터, 진주시 망경동 187-3)와 촉석나루에서 탑승할 수 있다. 오전 10시(화·수·목은 오후 1시부터)부터 오후 9시까지 매 시각 정각에 운항한다. 촉석나루는 오전 11시(금·토·일), 오후 2시, 오후 4시 출발한다. 원하는 시간대에 맞춰 출발 장소를 정하면 된다. 월요일은 휴무. 망진나루는 물빛나루쉼터, 촉석나루는 진주성 촉석문매표소에서 표를 사면 된다. 이용료는 대인 8000원, 소인 4000원이다. 물빛나루쉼터에는 차가 진입할 수 없다. 길 건너편에 공영주차장이 있다.

 

경남 진주시 내동면 망경로13 ‘진주레일바이크’ 운행 시간은 3월~11월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 주말·공휴일 오전 9시~오후 7시이다. 12월~2월은 평일 오전 9시~오후 5시, 주말 공휴일 오전 9시~오후 6시이다. 연중무휴. 요금은 일반(36개월 이상) 9000원이다. 놀이기구는 한 종목당 티켓 1장이 필요하다. 놀이기구 표는 어린이 3000원, 청소년 4000원, 성인 5000원. 전용 주차장이 있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