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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경인 WIDE] 가게 늘어선 골목, 수십년 살았는데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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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행리단길' 정서적 젠트리피케이션

 

수원화성의 성곽을 따라 카페와 식당, 공방 등이 모여 있는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 일대. 이른바 '행리단길'로 불리는 이곳은 저마다의 특색을 가진 가게들이 늘어서며 100개가 훌쩍 넘는 점포들이 자리하고 있다.

과거 오후 8시만 돼도 컴컴해졌던 수원의 대표적인 구도심이 어느새 방문객으로 발길이 끊이지 않는 '핫플레이스'가 된 것이다.

자연스레 이 일대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주택의 두 집 걸러 한 집은 가게로 변했다. 여전히 골목 곳곳에는 주택 내부를 뜯어내고 리모델링이 한창인 공사현장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 두어 달이면 이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가게가 들어선다.

이로 인해 동네가 활기차졌음은 말할 것도 없다. 명소가 된 만큼 수년 전에 비해 집값과 임대료, 월세가 적어도 몇 배 이상은 뛰었다. 보는 사람들의 시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7~8배 비싸졌다는 말도 나온다. 이곳에 터를 잡고 살다 집을 팔고 떠난 주민들의 수도 상당하다.

동네 한 주민은 "주택을 내놓았다 하면 가게 한다고 사간다"며 "이곳에 사는 게 불편해서 집을 판다기보다는 대부분 주택이 낡았고 나이 든 어르신들이 많아 이참에 집을 팔고 좀 더 편하게 살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두 집 걸러 한 집은 가게로 변해
붐비는 방문객… 주민 일상불편
집값 뛰어… "이참에 팔고 떠나"

 

하지만 주민들의 불만과 우려도 적잖다. 평일과 주말 가릴 것 없이 골목 사이사이까지 즐비하게 들어선 차들로 시비가 생기는 일이 잦아졌다. 집 앞에서 너무 떠들지 말아 달라는 호소문이 붙기도 했다. 루프탑이 있는 카페에서는 건너에 있는 집 빨래도 보인다.

행궁동에서 40년 넘게 거주했다는 한 70대 주민은 "가게를 하는 이들의 대부분은 여기서 돈만 벌어간다. 주차·쓰레기·소음 등 주민이 직면한 문제는 한두 개가 아니다"라며 "주택에 사는 사람은 편치않다. 결국 주민이 떠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존에 이곳에서 터를 잡고 살며 가게를 운영했던 이들도 밀려나기 시작했다.

최근 레트로 문화가 인기를 얻으면서 전국적으로 행궁동과 같은 곳이 늘고 있다. 인천 강화군 교동 대룡시장과 같이 지역의 특색이 보존된 곳이라면 어디든 반복되는 현상이다. 낡은 주택가가 풍기는 분위기를 따라 청년층들이 모이고 있지만 지역이 품어온 문화적 에너지가 서서히 잠식되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 관련기사 3면([경인 WIDE] 주차난·채광 환기 포기 '방문객 공해'… 지역 정체성 갉아먹는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