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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원주 미로예술시장]뭘 먹을까 고민하지마 어디를 가든 꿀맛 힐링

믿고 먹는 먹거리 집합소

 

 

원주는 사통팔달 뚫린 교통망으로 사람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도시다.

지역이 인구 감소와 경기 침체의 이중고 속에서 시름하는 시대라지만, 여전히 원주는 강원 남부 지역으로 통하는 가장 큰 도시이자 수도권과 직접 통하는 교통의 요지다.

출신도, 생각도 다른 사람들, 매일 쏟아져 들어오는 그 사람들을 품어낸 도시.

시장 역시 그런 원주의 포용력과생활력을 닮았다.

# 원주김치만두=아시아 국가를 여행하다 보면 지역의 정체성을 가장 둥글게 드러내는 음식이 있다. 바로 만두다. 이곳에서 파는 ‘원주식' 만두는 원주 사람들, 더 나아가 강원 영서지방 사람들의 생활력과 끈기가 느껴지는 맛이다. 6·25전쟁 이후 폐허가 된 땅에서 군사물자를 받아 만두피를 만들고, 한국인들의 ‘소울푸드'인 김치를 넣어 속을 든든하게 채운 ‘사연 있는' 만두다. 1970년 개업한 ‘원주김치만두'의 메뉴판에 남은 ‘칼국수'와 ‘칼만두'는 그 흔적이기도 하다. 원주사람들의 재치와 생활력이 느껴지는 또 하나의 메뉴는 튀김만두다. 만두를 튀겨서 먹는 식문화는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지만, 김치가 들어간 큼지막한 만둣국용 만두를 튀겨 판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젓갈보다 소금과 양념으로 깔끔한 맛을 배가한 김치도 그냥 지나치면 아쉽다.

# 신혼부부=난간 사이로 음식을 건네주는 모습이 정겹다. 1984년 오픈 당시 이곳을 찾았던 손님들은 이제 중년이 돼 추억을 맛보러 다시 온다. 올해로 39년이 된 분식집 ‘신혼부부' 이야기다. 대표 메뉴는 돈가스와 김치볶음밥, 떡볶이. 돈가스는 얇고 넓적한 모양에 소스가 위에 뿌려져 나오는 전형적인 복고 스타일이다. 큼직큼직하게 썰어 소스에 푹 적신 돈가스 한 조각을 입에 넣으면, 양념치킨을 먹는 듯한 기분 좋은 달달함과 함께 한 줌의 매콤함이 미각을 자극한다. 비결은 바로 ‘카레가루'라고. 김치볶음밥은 윤기가 흐르는 새빨간 볶음밥 위에 모차렐라 치즈와 완숙 달걀프라이가 층층이 올라가 있다. 주방장이 귀띔해준 비법은 ‘센 불에 달달 볶는 것.' 들어간 재료라곤 김치와 양파밖에 보이지 않는 단순한 모양새지만 신기하게 자꾸 손이 가는 맛이다.

# 미진메밀부침=강원도를 상징하는 음식 중 빠질 수 없는 것이 메밀이다. 원주 중앙시장 1층에 즐비한 메밀부침 가게는 그런 강원도의 식문화를 상징하는 맛이다. 춘천의 막국수가 누구에게나 어필하는 ‘전국구' 음식이라면 원주 시장의 메밀부침은 ‘찐 마니아'가 아니면 알기 어려운, 지역 주민들이 알음알음 찾는 ‘로컬 맛집'이다. 전을 부치는 솜씨부터 김치 맛까지 전집마다 다른 특성을 자랑한다는 점이 구경할 만한 포인트로, 올 때마다 새로운 집에 도전해 ‘도장깨기'에 나서는 것도 색다른 관광 비법이다. 이번에 방문했던 미진메밀부침은 직접 담근 김치맛과 칼칼하게 부친 총떡이 일품이다. 총떡은 스트레스를 확 풀어주는 매콤 아삭한 맛으로, 처음 맛보는 사람도 지역의 맛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메밀부침은 포장해 온 뒤 프라이팬 약불로 살짝 데워서 먹으면 더욱 맛있다.

# 동경수선=미로시장의 좁은 골목을 헤매다 보면 신묘한 카페가 하나 나타난다. 타임머신을 타고 개화기로 돌아간 것은 아닌가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이곳은 레트로 카페 ‘동경수선'. 카페가 들어서기 전 점포 유리에 ‘동경수선'이라는 수선집 시트지가 붙어있는 모습을 보고 그대로 따와 카페이름으로 삼았다.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는 특이하게도 커피가 아닌 밀크티다. 동경수선의 밀크티는 직접 우려내 하루 이상 숙성시킨 차 베이스를 사용하고 있다. 덕분에 한 모금 머금자마자 입안 가득 그윽한 차의 향을 만끽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알려져 있는 대만식 밀크티 외에 다양한 종류의 밀크티를 맛볼 수 있다는 점도 동경수선만의 장점이다. 제주 유기농 말차를 베이스로 한 말차라테, 장미잎을 더한 로즈 밀크티, 홍차와 카라멜, 핑크솔트를 조합한 솔티 카라멜 밀크티 등 미식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추천 메뉴가 다양하다.

# Jelly&Joy(젤리앤조이)=천편일률적인 서양식 디저트에서 벗어나 다양한 문화의 깊은 단맛을 느낄 수 있는 카페. 원주에 정착한 이주여성들이 2020년 개업한 곳으로, 이들의 ‘사랑방'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필리핀식 카사바케이크, 일본식 치즈케이크가 일품이다. 필리핀식 카사바케이크는 가게 주인 중 한 명인 필리핀 출신 쉴라(54)씨가 직접 카사바 전분을 낸 뒤 굳혀서 만든다. 쫀득한 찰기가 입맛을 잔뜩 돋운다. 구수하고 산미 있는 커피와도 잘 어울린다. 일본식 치즈케이크는 일본 출신 가즈에(55)씨가 엄선한 크림치즈로 숙성시켜 만든다. 절제된 단 맛이 고급스러운 조화를 이뤄낸다. 무엇보다 이들과 함께 가게를 일궈내는 김은화(54)씨의 포근한 입담이 이 작은 카페 안으로 손님을 계속 끌어들이는 매력 포인트다.

박서화·김현아·이현정·김인규기자

편집=김형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