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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신문)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기획 新팔도명물] 통영 욕지도 활고등어

윤기가 좌르르~ 미소가 사르르~ 고소한 고등어회, 육지보다 욕지도지~
일제강점기 수탈에 사라진 고등어
양식으로 부활해 ‘메카’로 우뚝

고등어는 예부터 우리 민족이 더불어 즐겨 먹던 생선이었다. 값싸고 맛있으면서도 영양소가 풍부해 서민의 밥반찬으로 널리 사랑받아왔다.

 

때문에 고등어를 지칭하는 이름도 무척이나 다양하고 많다.

 

‘자산어보’에서는 푸른 무늬가 있는 생선이라 벽문어(碧紋魚)라 했고, ‘동국여지승람’에서는 칼처럼 생겼다고 고도어(古刀魚)라 불렀다. ‘경상도 속한지리지’에서는 고도어(古都魚)라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그밖에 지역에 따라 고동어, 고망어 등으로, 크기에 따라 고도리, 열소고도리, 소고도리, 통소고도리 등으로도 불린다.

 

이렇듯 다양하고 많은 별칭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에게 친근하면서도 귀한 대접을 받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고등어의 고향 통영 욕지도

 

통영 욕지도는 고등어의 고향이라고 부를 만한 곳이다. 일제강점기 근대 어업이 시작될 무렵 남해안 일대에서 잡아 올린 고등어는 모두 욕지도로 모여 들었다. 욕지도는 망망대해가 펼쳐진 먼 바다와 섬으로 둘러싸인 내만의 경계에 위치해 있어 출어를 나가기도 좋았고 잡은 어획물을 싣고 오기도 좋았다.

 

당시 욕지도는 근대 어업이 시작된 전진기지였다. 이 때문에 욕지도에는 1900년대 초부터 근대화된 일본 대형 고등어 선단들이 밤새 불야성을 이뤘다. 일본 배들은 배와 배에 큰 그물을 걸어 고등어 떼를 포위해 대량으로 잡아들이는 방식의 건착망(巾着網) 어업으로 고등어를 잡았다. 오늘날 선망어업의 시조격인 어업방식이었다.

 

일본 배들의 고등어 잡이가 한창 불이 붙었을 때는 욕지도에 건착선단 어선만 500여 척, 운반선이 290여 척에 달했다고 한다. 그렇게 잡아들인 고등어가 당시 하루에 10만~50만 마리에 달했다.

1929년 7월 동아일보 기사에는 “욕지도 근해 고등어 어업은 매년 수백 척이 출입하는데 지난 2일 10만 미, 3일에는 15만 미, 4일에는 50만 미를 포획하였다”고 기록돼 있다.

 

일본의 어업인들은 이렇게 잡은 고등어를 얼음과 함께 자국(自國)인 일본으로, 중국 다롄(大連) 등지로 반출했다.

 

우리나라 해역의 어자원을 이런 방법으로 수탈해 갔던 것이다.

 

당시 욕지도에는 고등어 어업에 종사하는 일본인이 모여 마을(지금의 좌부랑개 마을)을 만들었고 이 마을에는 주재소·우편소·어업조합 등 주요 기관과 술집·유곽·목욕탕·당구장까지 들어섰다. 욕지도 인구가 1만5000여명. 통영 인구가 3만여 명 시절이었다.

 

그러나 욕지도 앞바다가 ‘물 반 고등어 반’이던 시절은 옛 이야기가 돼 버렸다. 1970년대 이후부터 욕지도 앞바다에는 고등어가 씨가 말라 근해(먼 바다)에 나가야 잡을 수 있는 어종이 됐다. 일제강점기부터 시작된 남획이 해방 후 1970년대까지 이어진 결과다.

 

 

 

◇양식으로 부활 날갯짓

 

그런 욕지도가 다시 고등어로 부활의 날개를 펴고 있다. 바로 활(活)고등어 양식업이다.

 

성질이 급한 고등어는 잡아 올리자마자 바로 죽기 때문에 회로 먹기 힘들지만 양식 고등어는 살아있는 상태로 유통이 가능해 신선한 횟감이 되고 있다. 대략 2005년부터 서울 등 대도시에 횟감으로 선보이기 시작했다.

 

내파성가두리 양식시설을 이용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고등어 가두리 양식에 성공한 것이 그 시작이다. 정치망 그물에 들어온 어린 고등어를 잡아 한 계절 키워서 활어로 전국에 공급한다. 지금은 80여 어가가 고등어 양식에 나서고 있다. 고등어 양식은 어황이나 기후조건 등에 따라 해마다 천차만별이지만 욕지도에서 생산되는 고등어는 한해 18만 마리 정도로 추산된다.

고등어 양식은 정치망에 잡힌 20㎝(200g) 크기의 작은 고등어를 3~6개월 정도 키워 출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출하할 때는 최소 320g까지 자란다.

 

 

전국 활고등어 전문 횟집의 고등어는 대부분이 욕지도 산이다. 제주도에서 맛보는 고등어 회도 대부분 욕지도에서 키워낸 것이라고 보면 된다.

 

그러나 활고등어는 대량 유통이 쉽지 않아 일부 고등어 회 전문점을 중심으로 유통되는 것이 전부인 실정이다.

 

살아있는 고등어를 산 채로 운반하는 것도 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한 작업이다. 우선 고등어는 죽어야 움직임을 멈추는 활동성 어종이기 때문에 활어 운반차량에 많은 양의 고등어를 실을 수 없다. 1t 크기의 활어 운반차량에 100여 마리를 실어 나르는 것이 고작이다. 또, 운반하는 동안 더 많은 산소를 주입해야 하고 활어 차량 내부의 바닷물도 신선한 것을 써야 한다.

 

이 때문에 활 고등어 운반 차량은 고등어만 전문으로 운반하고 있다.

 

◇활고등어 메카로 자리매김

 

활고등어 유통이 한계를 갖게 되면서 반대 급부로 욕지도가 활고등어의 메카로 자리 잡게 됐다.

활고등어의 산지인 욕지도에서 맛보는 활고등어가 으뜸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여객선을 타고 욕지항에 내리면 스무 곳의 횟집이 줄지어 서 있다. 모두 활고등어를 전문으로 하는 횟집들이다. 횟집 입구마다 놓여져 있는 동그란 수족관에는 한 무리의 고등어가 빙글빙글 원을 그리고 있다. 선창가로 줄지어 있는 해물 포장마차도 마찬가지다.

 

 

욕지도 어디에 가더라도 수조 안에는 활고등어가 그득하다. 온 동네가 활고등어를 수조에 두고 육지 손님을 맞고 있다.

 

갓 잡은 고등어 회는 비릴 것 같지만 막상 먹어보면 놀랄 만큼 비리지 않다. 오히려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있는 식감은 씹을수록 고소한 맛을 자랑한다. 어지간한 고급 생선회와도 안 바꿀 정도로 맛이 깊고 진하며, 풍성한 감칠맛을 낸다.

 

흔히 먹는 고등어 조림도 욕지도의 것은 확실히 다르다. 시래기와 무를 넣은 일반 고등어 조림이지만 활고등어로 요리한 조림은 전혀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고등어 속살의 색깔도 눈처럼 하얗다. 담백하고 고소한 맛을 낸다.

 

욕지도에서 맛보는 활고등어 구이도 육지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소금만 뿌려 구웠지만 자글자글 살 속에서 나오는 기름기로 윤기가 더한다.

 

특히 가을에서 겨울에 이르기까지 고등어는 뱃살에 기름이 가득 차 더없이 고소하고 맛이 깊어진다. 특히 이 시기에 욕지도 고등어는 씨알도 굵고, 담백하면서도 부드러우며, 살집 또한 풍성하다.

 

글·사진= 김성호 기자 ks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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