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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일보) [르포] 코로나로도 힘든데 물가까지 천정부지… 웃음 잃은 대전 중앙시장

 

 

"닷새 전 내놓은 대파가 아직도 안 팔려서 새로 갖고 온 대파는 여태 내놓지도 못했어."

 

30년 전부터 대전 동구 중앙시장에 터를 잡고 채소와 잡곡을 팔고 있다는 김 모(72) 씨는 5일 동안 개시조차 못했다고 푸념했다. 최근 급격히 오른 밥상물가에 전통시장 상인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코로나19 여파에 더해 높아진 식자재 가격으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어졌기 때문이다. 4일 오후 중앙시장. 시장 입구에서부터 방문객뿐 아니라 상인들의 수가 예년에 견줘 급격히 감소한 모습이다. 김 씨가 자리한 시장 안쪽 자리는 지나가는 사람 구경도 힘들다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인근엔 굳게 문을 닫은 점포만 가득했다.

 

상인들 표현 따라 예전이었으면 '바글바글'했을 시장 내부는 장바구니를 든 채 서성이는 방문객 몇 명만 있을 뿐 그저 한산했다. 진열된 채소만 괜히 뒤적이며 정돈 또 정돈하던 상인 A(60대·여)씨는 마스크로도 착잡한 심정을 숨기지 못했다. A씨는 "가격을 물어보고 비싸다고 그냥 돌아서는 손님이 3분의 2는 되니까 어쩔 땐 성질까지 난다"며 "가격이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르고, 계속 오르니까… 코로나19로도 힘든데 물가까지 천정부지 뛰니 매출이 절반 이상은 줄은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날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농수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현재 지역에서 거래되는 대파 ㎏당 평균 소매가는 7360원이다. 지난해 3월 1969원하던 대파가 1년 새 70% 넘게 오른 것이다. 감자도 287원하던 게 50% 넘게 뛰어 591원에 팔리고 있다. 참깨도 40% 넘게 올랐다. 물가 상승은 고스란히 서민 가계에도 빨간불을 불러왔다. 값비싼 밥상물가에 지갑 열기 머뭇거려진다는 주부 김순희(58) 씨는 "밥상에 올라가는 거 포함해 생활소비물품이 싹 다 오르니 요즘 경제도 안 좋은데 사먹기 힘든 것들이 많다"며 "시장 나오기 전에 살 것들 생각하고 나왔다가 주머니 사정 생각해서 3분의 1만 사갈 때가 많다"고 귀띔했다.

 

시장 상인들은 지난달 설 명절 땐 명절 특수도 없었다고 하소연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가족들이 모이지 못하면서 제사를 거의 지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구범림 대전상인연합회장은 "제사용품 관련 점포들이 매출 잘 안 나올 걸 예상해서 적게 준비했는데도 재고가 많이 남았다고들 했다"면서 "코로나로 힘든데 물가마저 계속 오르니까 사람들이 1만 원 어치 살 거 5000원만 쓰는 등 구매가 자꾸 줄어들고 있다. 이래저래 상인들에게는 참으로 힘든 시기"라고 말했다.

 

정민지 기자 zmz1215@daej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