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전당은 오는 17일까지 독일 영화를 대표하는 거장 ‘크리스티안 페촐트’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특별전을 연다.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에서 페촐트의 장편 데뷔작부터 최근작까지 독일의 역사를 배경으로 인물들의 내면을 탐구한 작품 8편을 선보인다. 그는 뉴 저먼 시네마 이후 침체된 독일 영화에 변화를 일으킨 베를린학파의 1세대 감독이다. 현실을 미시적으로 관찰하거나 미니멀리즘의 영상 미학을 선보인 다른 베를린학파 감독들과는 달리 정치 사회적인 주제에 관심을 갖고 장르 영화를 재해석하는 등 자신만의 길을 걸었다.
특히 그는 독일의 정치적, 역사적인 문제를 배경으로 개인이 겪는 정체성의 혼란과 내면적 고독 등을 작품에 담았다. 누아르나 멜로드라마 등 익숙한 장르를 변주해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해 왔다. 2000년 ‘내가 속한 나라’로 데뷔해 독일영화상 최우수 작품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페촐트는 2012년 ‘바바라’로 베를린 국제 영화제 은곰상을 수상했다. 2014년 ‘피닉스’로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으며 독일 최고의 현역 감독으로 떠올랐다.
탈출을 꿈꾸는 동독 의사의 이야기를 통해 자유의 열망과 도덕적 딜레마를 그린 ‘바바라’(2012),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삶을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본 ‘피닉스’(2014)도 상영한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수용소 생활을 했던 작가 안나 제거스의 소설 <통과비자>를 각색한 영화로, 난민 문제를 은유적으로 드러낸 ‘트랜짓’(2018)도 만나볼 수 있다. 이밖에 물의 정령 운디네 설화를 재해석하여 베를린의 역사에 투영한 ‘운디네’(2020) 등 과거와 현재의 독일을 잇는 작품 8편을 선보인다.
오는 12일 오후 3시 ‘바바라’ 상영 후에는 김필남 영화 평론가의 해설도 들을 수 있다. 관람료 일반 7000원, 유료회원과 청소년·경로 대상자는 5000원.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