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신문) 경남 최대 상권도 집어삼킨 불황의 그림자

  • 등록 2024.05.10 09:4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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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금 없는 1층도 임대 안 나가
도내 자영업자 수 1년 새 3000명↓
상인들 “손님 점점 줄어” 한숨

고물가와 경기침체 영향으로 경남지역 자영업자들이 폐업으로 내몰리고 있다.

9일 오후 찾은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경남 최대 유흥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곳곳에 임대 문의를 써 붙인 상가가 보였다. 200m 거리에 빈 상가 2곳이 보였고, 식당 3곳 정도가 폐업해 집기를 빼내고 있었다. 한 상가에 3개의 임대 문의가 붙은 곳도 있었다.

상남동에서 20년 동안 공인중개사를 한 A 씨는 “상남동은 경남에서 제일 잘나가는 상권이었지만, 요즘에는 정말 힘든 것 같다”며 “경기가 코로나19 때보다 더 좋지 않다. 1층에 권리금이 없어도 임대가 안 나가고, 2층 공실도 많다. 특히 대형 업소들이 인건비가 많이 들어가 월세 주면 남는 게 없어 많이 폐업하거나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남동은 직장인들이 많이 찾던 곳이었는데 고물가와 경기 악화로 회식과 모임이 줄어드니 매출도 당연히 줄어들었다. 그렇다고 젊은층을 겨냥해 장사하면 예전 매출이 나오지 않는다”며 “임대 문의가 걸린 가게는 많은데 새로 창업을 할 사람은 적다”고 음식업계의 사정을 전했다.

상인들은 폐업도 재창업도 쉽지 않아 고심이 크다. 상남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폐업을 고민 중이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잠시 회복세를 타다가 점점 장사가 안됐다”며 “올해 아르바이트생도 2명에서 1명을 줄였다. 그래도 아르바이트비 주고 월세 내면 나한테 남는 게 100만원 조금 넘는다. 이래 가지고 생활이 전혀 안 된다. 외곽지역에 작은 카페로 업종을 변경하거나 폐업하고 싶은데 대출 등 여러 가지 문제로 걱정이 크다”며 한숨을 쉬었다.

마산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정모씨도 “다른 곳은 이제 소주 한 병에 5500원 받는다는데 그래도 아직 우리 집은 4000원을 받는다. 가게를 정상적으로 운영하려면 5000원은 받아야 하지만, 손님이 더 줄어들어 못 하고 있다”며 “직원도 없이 혼자 하기에 유지되는 거지 지금 수입에 아르바이트까지 고용했으면 못 버텼다”고 했다.

소상공인들이 은행 빚을 갖지 못해 경남신용보증재단이 대신 갚아준 은행 대출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도내 대위변제액은 1038억원으로 지난 5년 대비 약 162% 이상 대폭 증가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9년 396억원 △2020년 323억원 △2021년 321억원 △2022년 286억원으로 확인됐다.

경기 악화에 따라 도내 자영업자들은 감소하고 있다. 동남지방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도내 자영업자 취업자 수는 올해 3월 기준 40만6000명으로 전년 동월(40만9000명)보다 0.73% 감소했다. 도소매숙박음식점업은 같은 기간 30만8000명에서 30만명으로 2.59% 줄었다.

최근 3년간 도내 음식점업 폐업점 수는 △2021년 1127곳 △2022년 810곳 △2023년 564곳으로 집계됐다. 경남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도내 음식점업 총수는 4만4567곳이었지만 1년 뒤 4만3961곳으로 줄었다.

전정면 경남소상공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여러 의견을 들으면, 확실히 예전보다 자영업자들이 힘들고, 폐업하거나 폐업을 고민 중인 것 같다. 코로나19 때 가계 대출로 연명했던 자영업자들이 높은 금리에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 도달했다며 “정부에서도 상생 금융 등 대출 지원이 나오고 있지만, 대상이 제한적이라 영세 소상공인들은 실질적인 도움을 받기 힘들다. 또한 이들에 대한 어려움이 구체적인 데이터가 나오지 않으니 원론적인 이야기만 가능하고 대책은 만들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준혁기자 pjhn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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