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신문) [기획- 청년 떠나는 경남] (중) 문제는 일자리다

  • 등록 2024.11.07 09: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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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떠난 대학생·직장인
“열악한 노동시장이 유출 원인
도내 대다수 제조업·공무원
원하는 직장 없으니 갈 수밖에”

#1. 남해에서 태어나 수도권 대학으로 진학한 최모(28)씨는 최근 취업에 성공했다. 인문계열을 전공한 그는 경남에서는 관련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다고 판단해 대학 근처의 직장을 구했다. 최씨는 “주변 친구들이 경남에서 취업한 경우는 제조업이나 공무원인 경우가 대다수이다”라며 “그렇다보니 자연스레 경남을 취업 선택지로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2. 경남에서 대학을 졸업 후 공연기획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서울로 간 김모(29)씨는 고향을 떠난 이유로 ‘일자리 다양성 부족’을 꼽았다. 그는 “서울로 온 건 직장 때문이다. 경남이나 지역에 출장을 가게 되면 관련 업체나 시스템이 아예 없다”며 “일할 수 있는 회사가 없으니 힘들어도 서울로 가야 한다. 다른 여러 직업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경남을 떠나고 있다. 경남을 떠난 청년들과 취업 준비생들은 경남신문과 만남에서 ‘일자리 다양성 부족’을 꼽았다.

◇일자리 찾아 떠났다= 경남여성가족재단이 최근 발표한 ‘경남 지역별 청년인구 유출 원인 및 정책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들은 경남을 떠난 이유로 ‘일자리 부족’을 꼽았다.

설문조사에서 도내 대학생들은 타지역에 취업하려는 이유로 ‘좋은 기업이 많아서’(39.5%)라고 답했다. 이어 ‘전공 및 적성에 맞는 일자리가 있어서’(16.8%), ‘취업 지원, 프로그램’(11.9%), ‘경남 지역 산업 성장 가능성 없어서’(7.9%) 등 순이었다. 여성은 서울(68.2%), 경기(11.4%), 부산(10.7%) 순으로 취업 지역을 선호했다. 남성의 경우 서울(57.9%), 경기(16.4%), 그 외 지역(10.5%) 순으로 응답해 남녀 모두 경남은 주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경남도가 지난 2022년 전출·전입 신고서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청년 인구 유출의 가장 큰 원인은 직업(50.8%)으로 조사됐다. 이외에도 교육(17.4%), 가족 문제(16.2%), 주거(8.6%) 등 순으로 나타났다.

경남여성가족재단은 보고서에서 “경남을 떠난 대학생과 직장인 모두 경남의 노동시장을 다소 열악하게 평가했다. 특히 양질 일자리와 전공 및 적성에 맞는 일자리 자체 부족으로 경남에서 취업을 부정적으로 봤다”며 “경남에 일부 대기업이 들어와 있긴 하지만, 개발보다는 생산직 위주의 대기업 노동시장이다 보니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 형태는 아니다”고 진단했다.

◇취준생은 취업난, 기업은 인력난= 6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4 창원시 유관기관 합동 채용박람회’ 현장. 대학생, 고등학생은 물론이고 중장년층까지 채용 부스에서 상담과 면접을 보고 있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지엠비코리아㈜, ㈜무학, ㈜경한코리아 등 90여개 기업이 이번 박람회에 참여했다. 특히 호황을 맞은 방산 기업인 현대로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부스는 상담을 받기 위한 취준생들로 붐볐다.

제조업 관련 부스는 많았던 반면 그 외 기업체들은 적은 모습이 눈에 띄었다.

도내 4년제 대학을 졸업한 한 취준생은 “경남의 기업들도 연봉이나 복지가 수도권 못지않게 좋아 놀랐다”라면서도 “고향인 창원에서 일하고 싶어 안정적인 공무원 시험 준비를 오래 했다. 계속 떨어져 사기업을 알아보고 있는데, 여성이 선뜻 지원하기 힘든 제조업체가 많아 고민이 크다”며 한숨을 쉬었다.

대건테크 관계자는 “생산, 품질관리 외 직종의 구직은 별로 없다. 청년에게 일자리는 단순히 직업이 아니고 ‘미래’인데 창원 산단에 이를 제공해 줄 수 있는 기업이 별로 없다”라며 “우리 회사의 경우 프로그램 개발자들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고 있어 애로사항이 크다”고 말했다.

청년 인력을 제공하는 대학에서도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경남대학교 일자리센터 관계자는 “취업 상담을 하면 경남에 있으려는 학생들이 10%가 되지 않는다”며 “원하는 직장이 경남에 없는 경우가 많으니 당연히 떠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준혁기자 pjhn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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