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 전통 '윷놀이' 유네스코 등재 움직임

2021.12.31 12:06:39

제2의 오징어 게임 '얼쑤'… 남녀노소·남북 하나로… 가능성, 세계로 던진다

 

 

"윷이요!" 신명 나는 소리에 판이 들썩인다. 한국사람 셋 이상 모이면 판이 펼쳐지고 뭉툭한 나무 가락 4개가 공중에서 뛰어논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윷가락 모양에 따라 탄성과 한숨이 동시에 터져 나오고 서로의 지략이 오가며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진다.

수많은 전통놀이가 세대를 지나며 사라져도, 윷놀이만은 기어코 살아남았다. 일제 잔재인 '고스톱'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우리네 민속놀이가 바로 윷놀이다.

윷놀이가 오래도록 사랑받는 데는 몸이 좀 불편해도, 나이가 많든 적든, 지역과 성별에 상관없이 약간의 운과 전략만 있다면 누구나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전통적이면서, 민주적이고, 꼼수 따위 통하지 않는 정의로움이 윷놀이 안에 있다.

일제 잔재 '고스톱'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민속놀이 '사회통합 기능' 다시금 주목
고구려때부터 '윷판' 확인… 중국 동북공정 시도에 민간 인류무형문화유산 목청
경기도의회 문광위 '2022년 남북 한마당' 제안 "언제 어디서나 쉽게 즐겨" 장점

 


우리 전통의 윷놀이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전통놀이에 머물지 않고 사회 통합의 기능으로 그 가능성을 보이더니, 남과 북의 냉담한 벽을 허무는 역할로까지 재해석 되고 있다.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윷놀이마저 가로채기 시도가 만연한 가운데 민간 차원에서 윷놀이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 고구려부터 시작된 윷놀이

2014년 중국 헤이룽장성은 우리의 윷놀이를 '조선족 윷놀이'라고 지칭하며 성(省)급 무형문화재로 지정했다. 김치, 한복보다 훨씬 앞서 자행됐던 중국 동북공정의 하나였다. 하지만 역사적 사실은 윷놀이가 고대부터 내려온 우리의 전통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윷놀이가 언제,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지만, 돌 위에 새겨진 정형화된 윷판이 고구려 옛 수도인 '국내성(현재 중국 지린성 지안)' 무덤 곁 바위에서 발견됐고 고인돌의 덮개 위에서도 확인되면서 늦어도 고구려 시대부터 윷놀이가 행해졌다고 본다.

그뿐 아니다. 우리나라 전국 곳곳 암각화에 새겨진 윷판을 많이 볼 수 있다. 국내에 윷판이 그려진 암각화가 발견되거나 구술로 전해지는 지역은 서울과 인천을 비롯해 부산, 대전, 울산, 강원, 충청, 전라북도, 경상남북도, 제주도 등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수 만 해도 600여개에 이른다.

그리고 윷판 암각화를 둘러싸고 입에서 입으로 내려오는 전설들도 재밌다.

부산 기장군 일광면 신평리에 새겨진 윷판을 두고 "왜란 때 이곳에 우리 장수 하나와 왜놈 장수가 서로 몇 날 며칠을 겨뤘는데 그래도 결판이 당최 나질 않다가 윷 한판을 놀자, 승부를 결정하기로 하고 바위에 윷판을 칼로 쓱쓱 호벼 가지고 둘이서 종일 겨뤄도 승부가 나질 않고. 저녁이 돼서 왜장이 바다 쪽으로 서서 잘 보이도록 더 깊게 새기는데 우리 장수가 발질로 차버렸지. 바다에 빠져버렸다 해서 '척사대'라고 불렀대. 지금도 가보면 바위에 윷판 흔적이 남아 있어, 윷바우라고 불러"라고 구술했다.

이렇게 한국의 윷판 암각화는 건물의 주초석을 비롯해 고인돌의 덮개돌, 들판의 너럭바위, 크고 작은 산의 정상부 암석지대 등 다양한 장소에서 종종 발견된다. 전국 거의 모든 지역에서 발견된다는 것은 윷놀이가 시대와 지역을 아우르며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 흘러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1893년 시카고 컬럼비아 세계 박람회에 처음 참가한 조선은 '윷놀이'를 전 세계에 처음 소개했다. 헤럴드 워싱턴도서관에 당시 시카고 세계박람회를 기술한 책자에는 당시 왕이었던 고종 출품대원단 대표단을 박람회에 참가시켜 윷놀이 부스를 만들어 전시하고 시연했다 적혀있다.
 

 

■ 남북이 손잡고 우리 것을 지켜야

북한은 우리보다 훨씬 윷놀이가 보편화됐다. 주로 명절에 즐기는 우리와 달리, 일상에서 보편적으로 윷놀이를 즐긴다. 가족 단위뿐 아니라 직장에서도 종종 윷놀이 대회가 열린다고 전해진다. 일종의 국민 스포츠처럼 즐기는데, 명절이 되면 경연대회를 개최, 중앙TV에서 윷놀이 경기를 중계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남과 북이 손을 맞잡고 윷놀이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중국의 우리 문화 침탈 행위는 점점 도를 지나치고 있어 문화 주권을 수호하기 위해서라도 남과 북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게 민간의 목소리다.

북한지역과 접경을 이루고 있는 경기도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지난달 24일 '2022년 남북 윷놀이 한마당 개최'를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나섰다.

의회 문광위원들은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며 "윷놀이는 우리 조상의 얼과 철학이 스며있는 전통 민속놀이 문화다. 미국의 인류학자 스튜어트 컬린은 1895년 우리 조선의 놀이문화에 관해 '한국의 윷놀이가 전 세계의 수많은 놀이의 원형이 되었다'고 저술하기도 했다"며 "2014년 중국의 흑룡강성에서 조선족 윷놀이라는 이름으로 중국의 무형문화재로 지정, 우리 윷놀이를 빼앗아가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윷놀이를 비롯한 우리 전통문화가 우리 대한민국의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하는 것이 우리의 소중한 문화를 빼앗아가려는 어떠한 시도도 소용없게 만들 것이라 확신한다"며 "경기도에서 북측의 주민들을 초청해 경기도민과 함께 '2022년 남북 윷놀이 한마당'을 개최할 것을 경기도에 제안한다"고 요구했다.

 

 

 

■ 제2의 오징어 게임, 윷놀이의 가능성

최만식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윷놀이는 단순히 던지는 게임만이 아니다. 말판이 가진 고유한 철학이 있다"며 "남녀노소, 지역을 떠나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게임이다. 충분히 오징어 게임과 같이 전 세계인이 즐길 수 있는 대한민국 전통놀이가 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최 위원장은 윷놀이의 놀이방식이 가진 가능성에 주목했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게 윷놀이의 최대 장점이라는 말이다. 그것이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남과 북을 하나로 잇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예술 공연을 하려면 큰 공연장이 있어야 하고, 축구를 하려고 해도 축구장이 있어야 하는데, 윷놀이는 판문점에 판을 깔고도 할 수 있다. 또 기량 차이, 선호 차이도 없이 남과 북이 모두 즐기는 거의 유일한 놀이다. 실제로 최근 열린 경기 윷놀이 한마당에서도 탈북민팀이 우승을 하기도 했다"며 "밀물, 썰물처럼 남과 북 정세가 요동을 치는 정국을 피할 수 있는 민간 차원의 교류가 지속돼야 한다고 본다. 그 교류 중에서도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 문화체육 교류다. 남북이 같이 윷을 던지다 보면 경색된 국면도 조금씩 눈 녹듯 풀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윷놀이가 자기들 문화라고 우기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해 남과 북이 공동대응하며 유네스코 등재를 함께한다면 훨씬 그 가능성이 커지고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경기도에서 현재 검토 중인데, 우리가 제안한 대로 남북이 함께 윷놀이대회를 열게 되면 경기도 접경지역에서 열고 우리 전통놀이 연구와 함께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토론회 혹은 포럼 등도 진행되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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