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일보) 광주 동구-나주시, 빛고을요양원 관할 다툼 ‘점입가경’

  • 등록 2024.04.30 09:3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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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소재지 동구, 시설 소재지 나주에 이관 요구하다 분쟁조정 신청
“현행법상 이전 맞다” “관리 업무만 떠 넘기기”…행안부 내달말 결론

 

광주시 동구와 나주시가 빛고을정신요양원 관리권을 둘러싸고 1년 여 마찰을 빚다 결국 행정안전부에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동구는 지난 3월 말 빛고을정신요양원 지도감독 업무를 나주시에 이관하는 것과 관련해 서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행안부에 분쟁조정신청을 제출했다고 29일 밝혔다.

동구는 지난해 1월부터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라 나주시에 예산 지원을 제외한 지도감독 업무를 이관하겠다고 나섰다. 지난 2018년 사회복지사업법이 개정되면서 시설 소재지의 지자체가 지도감독하는 것이 맞는 것으로 바뀌었다는 게 이유다.

243개 병상을 보유한 빛고을정신요양원은 나주시에 있는 정신 요양 시설로, 원래 동구 용산동에 있었던 이 병원은 1996년 현 위치로 이전했다. 이 병원의 운영법인(은성복지회)은 광주시 동구에 남아있다. 정신 요양 시설로서 복지부와 광주시 등으로부터 매년 보조금을 받아 운영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국비 26억 5000만원, 시비(광주시) 11억 5000만원 등 총 38억여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동구는 소재지 이전 이후에도 빛고을정신요양원에 대한 지도감독 및 보조금 지원 업무를 계속 맡아 왔다. 지도감독 내용은 시설 운영 관리 실태와 안전관리, 소방점검, 환자 및 종사자 인권실태, 회계운영 등 시설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이다.

동구에서 매년 상·하반기 나주시까지 먼 거리를 이동해 지도·감독을 하는 것이 효율성이 떨어지며 현행법에도 맞지 않기 때문에 관할권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동구는 지난해 5월께 보건복지부에 법률자문을 요청해 “현행법에 맞게, 설치허가권과 별개로 지자체 간 협의를 통해 지도감독 업무를 맡아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나주시는 지난해 12월 동구가 나주시에 보낸 업무 이관에 대한 공문을 반송 처리하고 이관 거부 의사를 밝혔다.

나주시는 “빛고을정신요양원 설치 허가 과정부터 졸속이었으며, 이후 28년간 이어 온 지도·감독 업무를 법조문 한 줄만을 근거로 떠넘기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나주시에 따르면 광주시는 1996년 빛고을정신요양원을 광주시에서 나주시로 이전할 당시, 시설 소재지인 나주시와 협의조차 없이 일방적으로 정신요양시설 허가를 내줬다. 당시 법적 시스템이 미비한 것을 이용해 졸속으로 타 지자체에 허가를 내줬으며, 이후 묵시적으로 허가권자가 지도·감독해 왔다는 것이 나주시 주장이다.

나주시는 서울정신요양원과 서울 시립영보정신요양원 등 시설이 경기도에 있어도 법인 소재지인 서울시가 지도·감독 중인 사례도 전국에 4곳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보조금 지급 및 감독 권한은 광주시에 두고, 시설 지도·감독은 나주시에 두면 행정 체계가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내놨다. 예컨대, 행정시스템상 직원관리·보고 권한을 다른 지자체로부터 넘겨받으려면 기존 정신요양원을 폐업처리하고 새로 신고해야 하는 등 복잡하다는 것이다.

나주시는 복지부의 법률자문과 관련, “지난 2023년 4월 광주시 동구의 유권해석 요청에 대해 복지부가 ‘허가권자가 지도·감독을 하는 것이 맞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광주시 동구에서 지속적으로 보건복지부를 방문 및 질의를 이어와 ‘지자체 간 협의하라’는 답변을 끌어냈다”는 주장을 폈다.

이에 동구는 “요양원 이전 당시 나주는 옛 광주직할시의 권역 내에 있었던데다, 1996년에 복지부로부터 ‘요양원 이전 부지 관련 설치 허가는 기존 설치 허가권자가 내야 한다’는 질의회신을 받기도 했다”며 “지난해만 해도 나주시 부시장 등과 협의가 이뤄져 상·하반기 나주시가 직접 지도 점검을 나섰는데, 정식 이관절차를 밟다 보니 나주시가 돌연 이관을 거부하고 나섰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두 자치단체가 1년 넘게 요양원 관할권 다툼을 하는 것은 결국 관리가 까다롭고 주민들이 반기지 않는 시설을 맡지 않으려는 것”이라며 “사회적 약자를 보살피는 복지시설을 두고 자치단체간 떠넘기기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행안부는 동구와 나주시의 의견을 모아 오는 5월 말 안건을 행안부 지자체분쟁조정위원회에 회부하고 업무 이관 여부를 결정내릴 방침이다.

유연재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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