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조기 대선을 앞두고 지역 문화예술계가 고민에 빠졌다.
대통령 선거로 시민들의 관심이 정치에 집중되며 공연·예술행사에 대한 관심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 선거운동으로 인한 거리 현수막은 물론 정당 상징 색깔 등 정치적 오해를 배제하기 위한 디자인 등 행사 홍보조차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내달 '가정의 달'을 맞아 지역에선 크고 작은 공연, 전시, 문화예술 행사가 대거 예정돼 있다.
대전예술의전당, 시립연정국악원, 대전시립미술관, 대전시립박물관 등 공공기관에서만 수십 건의 정기 공연과 전시가 줄을 잇는다.
이들 기관의 한 관계자는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 공휴일이 많아 가족 단위 관객이 몰리는 시기"라며 "오랜 기간 준비해온 행사들이 빽빽하게 포진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화예술계 내부 분위기는 기대감 보다는 긴장감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코로나19 여파와 경기 침체로 수년간 위축됐던 공연계가 어렵게 회복세에 접어든 가운데, 갑작스러운 조기 대선 일정이 다시 한번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내달 공연을 앞둔 기획자 A 씨는 "대선 국면이 본격화되면 시민들의 관심은 정치와 사회 이슈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며 "뉴스는 물론 SNS 피드마저 선거 관련 콘텐츠로 도배되면 문화예술행사는 관심 밖으로 밀리게 된다. 현재 예정대로 공연을 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 일부 행사의 경우 조기 대선에 따라 일정이 조정됐다.
세종시문화관광재단이 주최하는 국내 최대 규모 아트마켓 겸 문화예술축제 '2025 KoCACA 아트페스티벌'은 당초 6월 2일부터 5일까지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대통령 선거일이 6월 3일로 확정되면서 해당 축제를 6월 16-19일로 미루게 됐다.
재단 측은 "시민들이 선거 이후에 안정적인 분위기에서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결정한 조치"라고 전했다.
이처럼 조기 대선은 지역 문화행사 일정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기획과 운영에 혼선을 빚고 있다. 특히 공공장소에서 열리는 야외 공연은 선거 유세 일정과 겹치면서 공연 허가조차 나지 않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공연 기획자 B씨는 "시민과 가까이 호흡할 수 있는 공연을 지향하고 있지만, 주요 광장이나 공원에서의 행사가 지자체로부터 불허되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선거 분위기 속에서 문화행사가 의도치 않게 '정치적 오해'를 받는 경우도 있어, 홍보물 디자인에도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공연 홍보를 담당하는 C씨는 "포스터나 현수막 디자인에서 정당을 연상시키는 색조차 쓰기 어려운 분위기"라며 "빨강, 파랑 계열은 피하고 검정이나 형광 계열로 홍보물을 제작 중"이라고 말했다.
지역 문화계는 정부 및 지자체의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문화예술계 관계자는 "갑자기 일정에 제약이 걸린 만큼 사업 담당자들이 기간을 연장해 주거나 일부 규제들도 완화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예술계 지원과 별도의 비상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