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엔데믹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급격히 살아나며 김해국제공항이 북적이고 있지만, 여전히 단거리 LCC(저비용 항공사) 위주의 회복이 이뤄지고 있다. 부울경 지역민은 불편함을 감수하고 LCC를 이용하는 것은 물론, 고착화될 경우 부산의 관광·마이스 산업에도 큰 타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한국공항공사 항공통계에 따르면 김해국제공항의 올 상반기 국제선 이용자 수는 약 429만 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88만 명) 대비 약 50% 증가한 수치다. 항공편 회복이 본격화되면서 해외로 나가는(아웃바운드) 수요 뿐아니라 부산으로 오는(인바운드) 수요도 덩달아 높아지는 추세다.
하지만 회복된 노선 대부분은 LCC 위주다. 기내식 등 풀서비스를 제공하는 FSC(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는 전통 대형 항공사)가 일부 복항하고 있지만, 기체 크기를 줄이는 등 김해공항에는 적극적인 투자를 하지 않는 실정이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김해공항 출발·도착 2만 4849편 중 FSC 10곳의 운항 편수는 5662편(약 23%)에 불과하다. LCC의 운항 편수는 1만 9187편으로 전체 운항편의 약 77% 수준을 차지했다.
코로나19 이전 김해공항에 취항했던 FSC인 타이항공, 일본항공, 에어아시아X 등이 복항하지 않고 있고, 대한항공도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기체 크기를 줄여 투입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방콕 노선에 큰 비행기(광동체·통로가 2열인 여객기)를 투입했으나, 지난 4월 복항한 후로 작은 비행기(협동체·통로가 1열인 여객기)를 투입하고 있다. 김해공항 취항 FSC 중 광동체를 운영하는 곳은 베트남항공이 유일하다.
LCC 위주로 노선이 채워지다 보니 김해공항의 LCC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김해공항 국내선과 국제선 전체 이용객은 1369만 4710명으로, 이중 국내 LCC 점유율은 72.8%에 달했다. 김해공항 이용객 4명 중 3명이 LCC를 이용한 것이다. 국제선만 놓고 보면 김해공항 LCC 점유율은 82.1%로 훨씬 더 높다. 지난해 국내 전체 공항 국제선 LCC 여객 점유율이 35%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김해공항의 LCC 점유율은 과도하게 높은 수준이다.
이 같이 LCC 쏠림 현상이 발생한 이유는 FSC가 적극적으로 취항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산시가 항공사에 적극적으로 FSC 노선 신설과 광동체 확보 등을 요청하고 있으나, 항공사들은 김해공항 수요 부족을 핑계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렇다 보니 부울경을 비롯해 인근 지역의 주민들은 선택지가 부족한 실정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서비스와 좁은 비행기를 감안하고 LCC를 이용하거나, 더 많은 선택지를 위해 인천공항을 찾아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부산이 글로벌 관광허브도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LCC 위주의 공항으로 고착화될 경우 마이스 산업에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금도 비즈니스 차원에서 부산을 찾는 이들은 인천공항으로 입국해 부산으로 이동하는 실정이다.
부산관광협회 김남진 부회장은 “엔데믹 이후로 관광 수요가 회복되고 있지만 항공사들이 수도권 위주로 항공기를 투입하면서 1000만 부울경 시민들은 선택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가덕신공항이 생기면 해결될 것이라 기다리기 보다 지금부터 적극적으로 FSC 비중을 늘려 선택권을 넓혀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