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일보) 제주항공 참사 100일…‘착륙하지 못한’ 과제들

  • 등록 2025.04.04 09: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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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 충돌·엔진이상 등 원인 밝혀낸 것 하나도 없어
원인규명 첫 단계 ‘사고조사보고서’ 1년도 더 남아
유족 지원 더디고 무안공항 재개항 시기도 불투명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오는 7일로 발생 100일을 맞는다. 하지만 시간만 답답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원인 규명의 첫 단계인 사고조사보고서는 1년 6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무안공항 등 시설 개선, 무안공항 운영 재개 일정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3일 제주항공 사고 원인 조사와 관련, ‘분석 및 시험’ 단계를 진행 중이다. 분석 및 시험 단계는 최종 보고서가 나오기까지 이뤄지는 12단계 중 절반인 6단계에 해당한다.

 

사조위는 사고기 블랙박스(CVR·FDR) 기록이 사고 직전 약 4분 7초간 끊긴 사실을 확인했지만 아직 사고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재구성하는 단계까지 이르지 못했다.

 

사고 당시 엔진 양쪽에서 발견된 깃털과 혈흔의 경우 유전자 분석을 진행해 ‘가창오리’로 특정하면서 조류 충돌을 확인했지만 조류 충돌이 기체 성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사고와의 관련성 등은 여전히 분석중이다.

 

사고기의 엔진도 국내가 아닌, 제작사인 프랑스로 보내졌다. 조사위는 5월 현지로 이동해 본격 조사에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조사·분석을 거쳐 보고서를 작성하고 공청회 등 의견 청취를 거쳐 최종보고서를 발표하기까지 1년 5~6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어떻게 참사가 발생했는지 여부를 알기 위해 1년 6개월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다.

 

수사도 답답할 정도도 더디다. 전남경찰청은 제주항공 사고와 관련해 피해를 키운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 시설물에 수사 초점을 맞췄지만 여전히 구조물 설치 경위와 피해 확대 요인 등을 조사 중이다.

 

로컬라이저는 항공기가 착륙할 때 활주로 중심선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 항행안전시설로, 사고 당시 기체가 동체 착륙 도중 로컬라이저가 설치돼 있던 콘크리트 구조물에 충돌하면서 사고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시뮬레이션 분석을 의뢰하고 사고 당시 기체 속도, 기종, 구조물 높이와 위치 등 가능한 모든 입력값을 반영해 당시 상황과 유사한 조건으로 둔덕의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조사하고 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그러나 당시 구조물 설계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의 경우 기억의 불명확성과 자료 부족 등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방위각 구조물 설치 과정에서의 책임 여부를 가리기 위한 수사도 답답할 정도다. 경찰은 무안공항의 해당 방위각 구조물이 설치된 2007년과 개량된 2020년 문서 등을 확보해 조사중이지만 국민들에게 발표할 수준은 없다는 입장이다.

 

공항 시설 개선 사업도 진행형으로, 무안공항 재개항 여부도 불투명하다. 국토부와 한국공항공사는 무안공항을 포함한 전국 6개 공항의 로컬라이저 둔덕을 모두 철거하고 시설 재설계 및 공사를 추진하고 있다.

 

국토부는 공항별로 개선안을 마련해 설계가 완료된 공항부터 순차적으로 공사에 착수할 계획이며 올해까지 공사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무안공항의 경우 국토부의 ‘단계별 운항 대안’에 따라 5월까지 사고 수습과 활주로 정리 등을 진행하고 8월까지 활주로 항행안전등 보수를 진행한 뒤 활주로 주변 계기착륙시설 설치공사가 완료되는 9월 이후 사고가 발생한 활주로 반대 방향에 대해 운항이 가능할 지 여부가 논의되고 있지만 불확실하다.

 

유가족에 대한 지원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유가족 지원을 전담하는 범정부 지원조직인 ‘12·29 여객기 사고 피해자 지원단’은 유가족협의회와 함께 오는 8일 국회 소위 법안 의결을 목표로 특별법 제정 등을 논의 중이다. 특별법이 제정되면 추모 공간 조성 등 개별 사업 방향이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태국 방콕에서 무안으로 향하던 제주항공 HL8088편이 동체 착륙 후 활주로 끝 ‘로컬라이저’와 충돌하면서 화재가 발생해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숨졌다.

김진아기자 jingg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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