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군 시천면, 삼장면 일대에는 31일 오전에도 헬기가 아침부터 잇따라 연기가 나는 곳에 연신 물을 쏟아붓고 있다. 지상에서는 진화 대원들이 불이 꺼진 곳을 중심으로 남은 불씨를 제거하고 있다. 공중과 지상에서 마지막 잔불 정리에 나선 것이다. 잔불 정리는 주불을 진화한 후에도 남아 있는 작은 불씨를 완전히 제거하는 작업으로 재발화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산청군의 경우 이날 아침부터 산림청, 경찰청, 국립공원, 경남도 임차 헬기 등 13대가 시천면과 삼장면 일대에 투입됐다.
헬기는 이날도 여전히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는 시천면 지휘본부 건너편 도솔암 인근에 집중 투입돼 물을 뿌렸다. 지상 작업은 진화대원들이 맡았다. 이들은 산에 올라가 낙엽층 아래나 암석 아래에 숨어 있는 불씨를 찾아 제거했다. 헬기로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에서 이 방법이 효과적이며, 마지막 진화 확인 작업이다. 잔불 정리는 기본적으로 지자체 중심으로 이뤄진다. 산청군에서 잔불 정리에 나서고 있는 인원은 하루 140여명. 군 산불진화대 23명과 군청 공무원 50여명, 여기에 읍·면별로 배정된 산불감시원 등 60여명이 힘을 보태고 있다.
이날 오후 대원들과 잔불 정리에 나선 산청군 산불진화대 홍구탁(63·산청읍 내리) 대장은 “11일째 진화에 투입돼 모두 지친 상태이지만, 산불 진화가 우리 임무다”며 “다 꺼질 때까지 아무도 안 다치고 껐으면 좋겠다”고 대원들의 안전을 걱정했다.
진화대원들은 산불이 꺼진 곳에 투입돼 임도가 있거나 접근이 비교적 용이한 지형에서 작업을 하고, 산림청 소속 특수진화대는 보다 험준한 지형에서 한다.
한 진화대원은 “무릎까지 쌓인 낙엽을 들추면 아직 불씨가 남아 있고, 나무 뿌리에 숨어 있는 불씨는 찾기 힘들다”며 “조금이라도 연기가 나는 곳은 불씨가 남아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개인당 15ℓ의 물을 등짐 펌프에 짊어지고 연기가 나는 곳에 물을 뿌리거나 갈퀴로 낙엽을 뒤집어 불씨를 제거한다. 또 부엽토가 많이 쌓인 지역은 흙으로 덮어 산소를 차단해 진화하기도 한다. 큰불을 끈 뒤 진행하는 잔불 정리라고 해서 쉬운 일은 아니다. 강풍이 불면 언제든 재발화할 수 있고, 특히 지리산은 험준한 산악지형이라 지형적 제약도 있다.
또 다른 대원은 “몇 년씩 켜켜이 쌓인 낙엽층은 연탄과 같다고 보면 된다. 바위 속에도 낙엽이 쌓인 곳은 불씨가 남아 있고 바위가 많은 너들층에도 불씨가 있다. 꼼꼼하게 작업해야 한다”며 “지리산은 1000고지 이상 되는 곳이 많아 평소에도 사람이 접근하기 힘들다. 결국은 사람이 다 꺼야 하는데 고지대는 아직은 헬기로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불로 산청군 내 불이 난 지역은 총 1858㏊, 화선은 71㎞이다. 산 전체가 모두 전소해 불길이 옆으로 번질 곳이 없는 곳은 재발화 위험이 덜하지만 화선과 인접한 지역은 보다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작업 중 대원들이 열기, 연기, 지형적 위험에 노출되며 부상을 입을 가능성은 상존한다. 산청군 소방대원들은 며칠 전 창녕군 소속 소방대원들이 불의의 사고를 당한 곳에서 작업을 하기도 했다.
고령의 진화대원들이 많아 체력적 부담도 크다. 이들은 17~18㎏에 달하는 등짐 펌프를 짊어지고 물차가 있는 임도로부터 보통 200~300m 산을 오른 뒤 작업을 한다. 때로는 경사도 40도에 육박하는 험한 산을 오르내리면서 불을 끈다. 지자체에 소속된 산불대원들은 대부분 60대 이상의 고령층이다. 산청군의 경우 47세부터 65세까지 비교적 젊지만, 50~60대가 주축이다. 시골이라 고령층이 대부분이고 젊은 사람은 이 업무가 6개월 기간제라 몇 달 견디지 못하고 그만두기 때문이다.
홍 대장은 “어제도 중계탑 뒤편 500m 이상 고지에서 작업을 했다. 밤에는 기압이 낮아 역풍이 불 가능성이 높지만 오후엔 바람이 많이 불어 조심해야 한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 상태라면 짧게는 3~4일, 길게는 7~10일 정도 잔불 정리를 해야 할 것 같다. 내일이라도 5㎜가량의 비가 내리면 잔불을 모두 정리할 수 있는데. 모두 바라는 비가 왔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