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신문) “걱정했는데 다행”vs “종이 빨대 사놨는데”

2023.11.09 09:58:46

규제 완화에 현장에선 ‘혼선’
자영업자 부담 줄었지만 당황
“단속 앞서 의식 고취부터”

“점심시간같이 손님들이 몰리는 피크타임이면 설거지할 여력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종이컵에 음료가 나가곤 했거든요. 종이컵을 쓸 수 있다니 한시름 놨네요.”

“이달 말부터 플라스틱 빨대 사용이 안 되는 줄 알았는데…또 바뀌었나요?”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덜겠다는 취지에서 정부가 일회용품 사용규제를 완화한 가운데, 현장에서는 경영 부담이 해소돼 한숨 돌렸다면서도 갑작스러운 변경에 혼선을 겪고 있다.

8일 오후 창원시 의창구 퇴촌동의 한 카페. 카페 내부는 점심 식사 후 음료를 마시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곳에서 일하는 근무자 3명은 손님들의 주문을 받고, 들어온 주문서를 쳐내느라 여념이 없었다.

손님들이 가득찬 테이블을 돌아보니 일회용 종이컵과 유리컵이 공존해 있었다. 음료를 받는 곳에는 플라스틱 빨대가 비치돼 있다.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이렇게 손님이 몰리는 피크시간에는 매장에 마련된 유리컵이 다 나가고, 설거지할 시간도 없어 어쩔 수 없이 종이컵에 음료가 나가고 있었다”며 “피크타임 1~2시간 때문에 고용을 늘리기도 애매한 상황인데 제도가 바뀌어 매장에서 종이컵을 쓸 수 있다니 한시름 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분해성 빨대는 일반 빨대보다 비싸기도 하고, 일부 손님들은 금방 물러지는 종이 빨대보다 일반 빨대를 선호하기도 해 구비된 플라스틱 빨대를 계속 이용할 것 같다”고 전했다.

같은 날 오후 창원시 의창구 사림동의 한 카페도 완화된 일회용품 규정에 따르기로 했다.

올 초부터 카페에는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이 금지되어 있습니다’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하지만, 정부가 플라스틱 빨대 규제의 계도기간을 사실상 무기한 연장하고, 종이컵을 일회용품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하면서 이 안내판은 사라질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갑작스러운 정책 변경에 당황해했다.

창원시 성산구 신월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박모씨는 “2주 전에도 구청에서 나와 일회용 종이컵 사용이 안 된다고 안내받았는데, 어제 갑자기 정부에서 사용해도 된다고 발표해 혼란스럽다”며 “플라스틱 빨대 사용도 규제된다고 해, 일반 빨대보다 5배 비싼 생분해성 빨대를 많이 구입해놨는데 쓸모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자영업자에게 전가되는 일회용품 규제와 단속에 앞서 국민의식을 고취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산호동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진모씨는 “가격과 편리성 측면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평소에도 환경을 생각해 일회용품을 대체할 수 있는 리유저블컵, 생분해 빨대를 사용했고 텀블러 이용 고객에게는 500원씩 할인을 제공하는 등 노력해왔다”며 “규제에 앞서 일회용품 사용에 있어 국민의식 고취를 위한 정책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유진기자 jinn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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