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에도 경남의 일부 공원 묘역에는 플라스틱 조화가 잔뜩 꽂혔다.
12일 마산의 한 공원 묘역에는 추석 연휴 마지막 날임에도 가족 단위 성묘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A씨 또한 가족과 함께 조화 꽃다발을 쥐고 묘역에 올라섰다. A씨는 묘비 옆에 꽂혀있던 색 바랜 조화를 뽑고 새로 산 튤립 다발의 조화를 꽂았다. 그는 “묘역 주차장 옆 광장에서 조화를 구매했다”며 “묘소를 찾을 때마다 조화를 구매해 교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공원 묘역에는 광장을 포함해 묘역을 올라오는 길목마다 조화를 진열한 노점상이 있었다. 이들은 주로 생화보다 조화를 판매하면서 최소 5000원에서 1만원의 가격을 받고 있다. 생화는 없냐는 물음에 한 상인은 “생화는 따로 화분에 꽂아두지 않으면 오늘 저녁이면 까맣게 시든다”며 “헌화로는 조화가 훨씬 보기 좋다”고 설명했다.
260만㎡가량의 넓은 묘역에는 묘비마다 화려한 꽃다발이 헌화돼 있었지만 대다수가 플라스틱 조화였다. 때문에 묘역 휴게소에는 조화 수거용 통도 별도로 마련돼 있었다. 해당 묘역은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유료 조화 설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진해의 한 공원 묘역은 안내문에 ‘조화 배치는 불가하다’고 적혀 있었지만 대부분 묘소에 플라스틱 조화가 꽂혀 있었다. 묘역 주차장 쓰레기통에는 성묘객들이 버린 조화가 쌓여 있었다.
환경단체와 각 지자체 등에 따르면 합성섬유, 플라스틱, 철심 등으로 만들어진 플라스틱 조화는 재활용이 불가능해 소각으로 처리한다. 이 과정에서 미세먼지와 탄소가 발생해 인체와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 또 수입 조화는 대부분 중국산으로 인체에 해로운 중금속이 검출되기도 하고 부식되는 과정에서 비산되는 미세플라스틱이 주변 토양도 오염시킨다. 플라스틱 조화는 매년 창원시에 90t, 김해시에 43t 이상이 버려지고 있다. 지자체마다 플라스틱 조화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도 있었다. 창원·양산시, 고성·남해군에서는 지난 10일 지역 묘역에서 국화 생화를 무료로 나눠주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는 개인의 인식 개선에 앞서 조화 사용을 억제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종권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대표는 “플라스틱 조화가 환경과 인체에 해롭다는 인식 개선과 이에 앞서 아예 조화를 판매하고 구매하는 과정을 억제할 수 있는 지자체의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해시의 경우 전국 최초로 올해 초부터 공원 묘역 내 플라스틱 조화 근절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추석에서도 시내 주요 지역과 공원 묘역 입구 등에 70여개의 현수막을 내걸고 김해시보와 시정뉴스, 전광판, SNS 등을 동원해 홍보를 벌이고 있다. 지역내 묘역에는 드라이플라워 자판기도 설치했다. 창원시는 올해 추석 조화사용 금지를 권고하고 2023년부터 조화 사용 근절 시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한다고 예고했다.
글·사진= 어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