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조선기자재 부품 수입이 급격하게 늘면서 지역 영세 조선기자재 업체들이 고사 위기에 내몰렸다. 국내 조선사 상당수가 수주 낭보를 전하고 있지만, 전국 조선기자재 업체 80%이상이 몰려있는 부산은 낙수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실정이다. 가격 경쟁력에 기술력 부재, 인력난까지 겹치면서 조선 업황 회복에도 지역 조선기자재 업체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11일 한국무역협회의 품목별 중국산 수입 증감률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 선박용 엔진과 엔진 관련 부품은 전년 대비 16.3% 감소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지난 1월에 전년 동월 대비 12.4% 증가한 이후 지난 5월에는 76.5%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선박용 부품도 마찬가지다. 지난해엔 전년 대비 33.8% 줄어들었지만 올 1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160.0%로 껑충 뛴 데 이어 지난 2월엔 236.8%까지 치솟았다. 엔진보다 상대적으로 정밀한 기술을 요구하지 않는 단순 조립가공품과 같은 선박용 부품에 대한 중국산 수입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협회가 집계한 우리나라의 지난 1∼4월 품목별 중국산 제품 수입량 증가율도 올라가는 추세다. 선박 구조물과 관련 부품은 전년 동기 대비 269%나 상승하는 등 조선기자재 관련 중국산 수입 증가가 특히 두드러진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무역협회 부산지역본부는 "조선업 호황으로 선박건조 수주량이 늘어나면서 관련 부품 수요도 증가하게 된다"며 "부품 수급을 위해 중국산 부품 수입 비율도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다수가 영세한 조선기자재 업체들의 상황은 더욱 어렵다. 정밀한 기술이 필요 없는 단순 조립가공 업체의 경우 타격은 더욱 심각하다. 실제로 부산의 한 조선기자재 업체는 중국산 부품에 밀려 지난해 대비 매출이 40%이상 급감했다.
업체 대표는 “공장을 가동할수록 손해가 나는 형국이어서 가동률을 낮출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산 부품 수입은 향후 우리나라 조선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품 하나라도 국산화가 되지 않을 경우 선박 건조를 위한 전체 조선기자재 공급망에 차질을 빚고 선박 건조도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특수선과 군함 등 공공 선박의 경우 국내 조선기자재 업체 제품을 우선적으로 쓰고, 조선소와 조선기자재 업체들이 공동 기술개발에 나서는 등 상생 협력 모델을 마련해 경쟁력을 확보할 것을 주문했다.
중국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친환경 선박 부품 개발 등 기술 확보와 사업 다각화도 절실하다. 원활한 부품 공급을 위한 인력 확보도 중요하다. 부산연구원 이상엽 선임경제동향분석위원은 “조선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조선기자재 업체의 기술개발 지원·인력 양성 등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도 한 방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