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항만 적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산항이 요소수 품귀로 인한 물류대란 우려에 빠졌다.
화물차주들은 요소수 공급이 가능한 주유소 정보 등을 공유하며 찾아다니기 바쁘고, 컨테이너 터미널 업계도 항만 장비용 요소수를 구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앞으로 1~2주가 고비다”며 “정부 차원의 공급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화물연대 파업에 버금가는 물류 중단 사태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고 우려하고 있다.
4일 화물운송업계에 따르면 부산항의 화물을 운송하는 화물차의 60~70%가량이 요소수 공급이 필요한 차종이다. 최근 생산되는 디젤 차량의 경우 배출가스 저감장치(SCR)가 부착돼 있는데, 여기에 요소수를 넣어야 차량 운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화물차주 정 모 씨는 “일부 주유소의 경우 200L 이상, 30만 원 이상 주유 때에만 요소수를 넣어주는 등 편법을 쓰고 있다”며 “비싼 기름값에 요소수 품귀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화물차주 임 모 씨는 “도매상들이 가격 높이려고 물량을 안 내놓는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매점매석 사례도 있다 하니 요소수도 부르는 게 값이다”며 “일부는 단골이 아닌 경우에는 더 비싼 가격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미 부산항 컨테이너 장치장 부족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물운송업계는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김수길 부산시화물자동차운송사업협회 전무는 “장치장 부족으로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데, 요소수가 바닥나면 화물차가 운행을 정지해야 할 판이니 그야말로 패닉 상태다”며 “현재 상태가 계속되면 보름 내지 한 달 후에는 전국 물류가 올스톱 되는 국가 재난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사들도 항만장비에 들어가는 요소수 수급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디젤 연료 야드 트랙터(YT)를 사용하는 북항 일부 운영사는 추가 물량 확보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북항의 한 운영사 관계자는 “현재 요소수 공급이 전혀 안 되는 상태로, 보유 물량으로 버티고 있다”며 “2주 정도의 물량밖에 남지 않아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신항 운영사들의 경우 YT 연료를 LNG로 전환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리치스태커와 엠티핸들러 같은 일부 장비에 들어가는 요소수 수급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항의 한 운영사 관계자는 “외곽 장치장에서 주로 사용하는 이런 장비가 멈추면 공컨(빈 컨테이너) 반출입과 수리에 문제가 생긴다”며 “한 달치 정도의 물량만 남아있어 내부 회의에서 확보 방안을 논의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