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하는 의사들이 병원 현장을 이탈하면서 119 구급차가 병원을 찾지 못해 '뺑뺑이'를 돌고 있다.
올 6월 1일 오후1시께 양구에서 뇌졸중으로 쓰러진 80대 여성을 태우고 병원을 찾던 119 구급대는 춘천지역 병원으로 환자를 후송하려고 했으나 병원측이 의사가 없다며 후송을 거부했다. 원주지역 병원 역시 환자 이송을 거부, 구급대는 3시간여 동안 길거리를 전전하다가 오후4시30분이 돼서야 환자를 거주지에서 약 120㎞ 떨어진 강릉아산병원에 이송할 수 있었다.
이에 앞서 지난 2월에도 강릉시 옥계면에서 급성 심근경색이 의심되는 환자가 발생했지만 119 구급대는 강릉 동인병원과 강릉아산병원을 돌다가 결국 2시간 25분여 만에 원주 세브란스기독병원 응급실로 환자를 옮겨야 했다.
올들어 도내 대학병원 등에서 의료진이 없다는 이유로 환자 이송을 거부, 119 구급대가 뺑뺑이를 돌아야 했던 사례가 10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의·정 갈등이 장기화 되며 대표적 의료 취약지인 강원지역 환자들의 피해와 고통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정성국(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소방청으로 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강원지역에서 올들어 지난 6월 10일까지 구급차가 환자를 바로 이송하지 못한 채 병원을 한 차례 이상 전전하는 사례가 266회나 됐다. 이 중 약 35%인 92회는 병원측이 '전문의가 없다'며 외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도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병상부족도 42회나 됐다.
정치권과 시민사회 안팎에서는 전공의 복귀를 촉구하고 있다.
정성국 의원은 "의료공백 사태가 장기화하며 국민들의 불안이 높아지고 환자의 생명이 위협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와 의사들은 환자 재이송과 같은 위험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공의 복귀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