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지역 자체 전력 생산·소비, 재생에너지 확대 보급 등 에너지정책 환경 변화를 공언하면서 대전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대전은 발전소가 부족해 자체적인 전력 생산·소비에 당장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지역 내 재생에너지 전환 관련 논의는 전무한 실정으로, 산업계의 'RE100' 지원 요구 시 대책조차 없는 상황이다.
시는 우선 자구책 일환으로 이달 '대전형 에너지정책' 수립 준비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전문가들은 "에너지정책 환경 변화에 빠르게 따라가지 못하면 전력 수급에 큰 영향을 받는 지역 산업계의 불안감이 커질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7일 시에 따르면 이달 대전형 에너지정책 수립을 위한 준비작업에 돌입한다. 먼저 정책 방향성을 제시한 뒤 구체적인 대책 마련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시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맞춰 대전만의 에너지 수급 계획을 만들 것"이라며 "단기적인 계획도 중요하지만 중·장기적인 대책안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최근 정부의 '탄소중립' 기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 5월 재생에너지 확대를 강조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내놨다. 오는 2038년까지 발전량 중 무탄소에너지 비중을 70%로 늘리고 재생에너지를 120GW(기가와트)까지 생산·보급하는 게 골자다.
지난달부터는 지역 자체적으로 전력을 생산·소비하는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분산법)도 시행됐다. 분산법엔 각 지역의 발전소 밀집도와 사용량 등을 평가해 전기요금에 차등을 두는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내용이 담겨있다.
이같은 정부의 에너지정책은 대전시에 매우 불리할 것으로 보인다.
시는 현재 교촌 산단, 평촌 산단 등에 이어 삼정·오동·신대지구 등 13개 산단을 운영·추진 중이다. 여기에 산단 7곳에 대한 추가 추진 계획도 갖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대전의 전력자급률은 2.9%로,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사실상 대전에서 사용되는 전기는 대부분 타 지역에서 생산된 것이란 의미다. 이에 따라 2026년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가 본격 실시되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전기요금을 지불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시 관계자는 "최근 산업부 재생에너지 정책협의회에서도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관련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게 나왔다"며 "대전과 수도권 지역은 제도가 실시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전력소비량을 고려했을 때, 충분한 수준의 발전소 건립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산업부 측에서도 법을 당장 시행하기엔 무리가 있고, 종국에는 이 방향으로 가는 게 맞지만 구체적인 방식이나 시기 등에 대해선 더 고민을 해보겠다고 밝혔다. 대전시 입장에선 시간을 번 셈"이라고 설명했다.
재생에너지 확대 보급 문제는 '산 넘어 산'이다.
대전은 아직 태양광, 풍력, 수소 등 재생에너지 관련 논의가 본격화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산업계를 중심으로 'RE100(100% 재생에너지 사용)' 바람이 불고 있는 만큼, 지자체 산업경제 측면에서도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핵심 사안으로 떠오르게 됐다. 기업 유치 시 재생에너지 활용을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머크사도 RE100과 관련해 대전시에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 RE100을 실천하지 않으면 제품 수출·유통에 어려움이 발생하기 때문"이라며 "세계적인 기업들은 이미 탄소중립 물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이제 우리도 그러한 환경을 만들어야 되는 상황이다. 에너지정책 환경 변화에 좇아가지 못하면 지역 경제 측면에서도 악영향이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