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 [이슈추적] 복지 패러다임 바꾼 'AI'… 어르신 친구가 되어준 '사람보다 따뜻한 아이'

2024.06.18 09:24:42

"요즘 불편한 점 없으세요?"… "병원은 다녀오셨나요?"… "물을 많이 마셔야 건강에 좋대요"

경기도서 운영하는 AI말벗서비스
65세 이상 홀로 사는 노인 등 대상
주 1회 약 3분 휴대전화 통화 상담

대화도 애로사항 중점적으로 유도
'우울' 말하면 바로 담당직원 연결
"대답 능수능란해 마치 사람 같아"

"경기도사회서비스원에서 안부전화 드렸습니다. 선생님 요즘 식사는 잘하고 계신가요?"

매주 월요일 오전 9시께 수원에 사는 공모(78)씨에게는 특별한 전화가 걸려온다. 지역번호 031로 걸려와 얼핏 들으면 공공기관 직원이 전화를 걸었다고 느껴지지만, 그의 통화 상대는 AI(인공지능) 상담원이다.

17일 수원시 영통구 자택에서 만난 공씨는 아침 식사 후 휴식을 취하다가 AI 상담원의 전화를 받았다. 공씨는 경기도가 추진하는 'AI말벗서비스' 이용자로 지난해 시범사업단계부터 참여해 6개월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복지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통·반장 및 사회복지사 등 인적자원이 일일이 챙기기 어려웠던 복지의 사각지대를 AI가 개선시키고 있는 실험이 진행중이다.

AI말벗서비스는 홀로 살거나 안부 확인이 필요한 65세 이상의 노인에게 휴대전화로 AI 상담원이 전화를 걸고, 약 3분간 대화를 이어가는 서비스다. 지자체마다 전화 요일이 다르지만 주 1회로 오전 9시·11시, 오후 1시에 안부전화가 걸려오고 만약 미수신될 경우 관제센터에서 한번 더 통화를 시도한다. 그래도 연결이 안되면 경기도사회서비스원과 관할 종합재가센터 직원이 전화를 걸어 특이 사항을 확인한다.

만약 통화에서 노인 이용자가 '집에 먹을 것이 없다', '사는 것이 우울하다' 등 위기 징후를 나타내는 언어를 사용하면 곧바로 담당 직원에게 연결된다. 이후 추가 상담을 통해 관련 복지서비스를 연계한다.

공씨의 애로 사항은 끼니 챙기기와 지병 관리인데 AI 상담원은 이를 중점적으로 대화를 유도한다. '요즘 건강에 불편한 점은 없으신가요?', '병원에는 다녀오셨나요? 얼른 나으셔야 할 텐데 걱정이네요.', '혹시 요새 물은 충분히 잘 챙겨드시고 계세요? 물을 많이 드셔야 건강에 좋다고 하더라구요.' 등 AI 상담원은 공모씨의 대답에 맞는 질문과 답변을 이어간다.

평소 자택에서 혼자 지내는 공씨에게 AI 상담원의 안부 전화는 일상의 일부로 자리잡았다. 공씨는 "성격이 쾌활해 혼자 지내면서 TV 시청, 독서 등 저만의 일상을 보내면서 AI 안부전화를 받는다"며 "월요일 아침에 오는 안부전화로 일주일 시작을 기분 좋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밥을 먹었냐는 질문도 구체적으로 무슨 반찬을 먹었는지, 간식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물어본다"며 "대답을 바로 맞받아치는 게 능수능란해서 사람과 다른 것을 못 느낀다"고 설명했다.

이영선기자 zero@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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