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79년 만에 수면 위로 드러난 우키시마호 폭침 사건의 승선자 명부(부산일보 5월 27일 자 1면 등 보도)를 확보하기 위해 외교적 행보를 본격화한다. 개인 정보가 담긴 전체 명부를 입수할 경우 장기 미제로 남은 우키시마호 참극의 피해 규모 추산뿐 아니라 진상 규명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1945년 8월 22일 수천 명의 한국인 강제징용자를 태우고 부산으로 향하던 해방 귀국선 우키시마호는 이틀 뒤 일본 마이즈루 앞바다에서 선체 폭발과 함께 침몰했다.
지난 22일 일본 도쿄신문에 따르면 일제 강제동원 희생자의 유해 봉환을 담당하는 한국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외교부를 통해 (명부) 관련 자료를 일본 측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도 “최근 존재가 확인된 우키시마호의 승선자 명부를 입수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면서 “사건의 진상 규명을 포함해 일본 정부가 책임감을 갖고 성의 있는 조치를 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최근 일본 저널리스트 후세 유진 씨의 정보 공개 청구에 응해 승선자 명부 10여 종을 잇따라 공개했다. 다만 승선자 이름, 생년월일, 본적지 등은 개인 정보라는 이유로 가렸다. 지난달 31일 열린 일본 중의원 외무위원회에서는 미야자키 마사히사 후생노동성 부대신(차관)이 “승선자 등 ‘명부’라고 이름 붙은 자료가 무려 70개가량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유족을 비롯한 민간 단체는 일본이 그간 승선자 명부를 은폐한 이유에 대해 해명하고 공식 사과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과거 유족과의 국가배상청구 소송에서 ‘승선자 명부가 배 침몰로 인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유족은 한국 정부가 승선자 명부 전수를 확보·분석해 정확한 한국인 피해 규모를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본은 우키시마호가 해저 기뢰에 의해 폭발했고, 승선자 3700여 명 중 524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유족은 일본이 고의로 배를 폭파했고 승선자 최소 8000명 중 대다수가 사망했다고 주장한다. 실제 우키시마호를 통해 귀향길에 올랐지만 일본의 사망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고인이 상당수인 상황이다. 더불어 해당 사망자 명부에는 생존자 이름까지 포함돼 있어 엉터리라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앞서 일본 정부가 70개의 ‘명부’ 자료가 실존한다고 시인한 만큼 한국인 피해자 규모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명부 간에 승선자가 중복으로 기재됐을 가능성이 있으나, 오미나토 해군시설부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명부만 보더라도 승선자가 2429명으로 추정된다.
명부 조사로 일본 측이 발표한 한국인 피해자 규모가 거짓으로 확인될 경우 우키시마호 사건은 새 국면에 접어들게 된다. 그간 일본이 제시한 증거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침몰 원인 등의 재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우키시마호 유족회 한영용 회장은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건 해결을 촉구하는 손 편지를 작성해 보냈다. 한 회장은 “우키시마호 생존자인 인척을 통해 아버지가 배에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일본이 발표한 명단 어디에도 이름이 없었다”면서 “우키시마호 침몰 사망자 모두 대한민국 국민인 만큼 반드시 승선자 명부를 입수해 고인의 이름이 있는지 알려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