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신문) 고개 드는 ‘지리산 케이블카’… “개발” vs “보호” 팽팽

2023.03.06 11:33:52

지난달 설악산 조건부 허가 이어 박완수 지사, 사업 재추진 힘 실어
국시모 등 도내 환경단체 강력반발
“보호구역 비율 가장 높은 지리산 대규모 벌목 진행 땐 생태계 훼손”

설악산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사업이 환경부의 조건부 동의를 받은 데 이어 경남도가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추진 의지를 밝히면서 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에 대한 환경 훼손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고개 든 ‘지리산 케이블카’ 논의=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최근 시도지사 회의에서 지리산과 연결된 지자체인 전남·전북 도지사의 케이블카 사업 협력 동의를 얻어냈다고 밝히면서 사업 재추진에 힘을 실었다.

 

이는 지난달 27일 환경부가 강원도 양양군이 추진한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을 조건부로 허가한 여파로 보인다. 오랜 기간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다 좌절된 지자체들이 이번 환경부 승인으로 사업의 가능성을 열어두기 시작했다.

 

지리산권 지자체 중 경남 산청·함양과 전남 구례 또한 ‘지리산 개발’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2001년부터 수차례 지리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내용의 ‘지리산 국립공원 공원계획 변경 심의’를 요청해 반려된 전남 구례군은 이번을 계기로 다시 환경부 문턱을 두드린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환경부가 요구한 ‘지리산 권역 지자체들의 합의를 통한 노선’을 충족하기 위해 산청·함양·전남 구례·전북 남원시는 지난해 케이블카 코스와 이익 공유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환경단체와 갈등 예견= 그러나 국립공원의 환경 훼손을 우려하는 환경·시민 단체의 거센 반발도 예견된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이하 국시모) 등 단체는 지난 3일 광주 무등산국립공원에 모여 환경부의 설악산 케이블카 승인에 반발하는 집회를 진행했다.

 

정인철 국시모 사무국장은 “경남과 구례의 경우 이미 적극적으로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을 준비한 이력이 있었기에 설악산 다음 사업 논의가 빠르게 추진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환경부의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의 반려 사유가 ‘환경 논리’보다는 ‘지자체 협의’를 강조하고 있기에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케이블카 사업이 국립공원의 훼손을 부채질하고 생명 다양성 감소에 일조한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케이블카 안전성을 위해 대규모 벌목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며, 이에 따라 생태계가 양분된다는 것이다.

 

내장산 국립공원의 경우 케이블카가 만들어지면서 천연기념물인 굴거리나무 군락지가 갈라진 바 있다. 또 정류장과 노선, 캐빈 등의 소음이 야생동물의 번식과 삶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우려도 있다.

 

경남환경운동연합은 국시모와 함께 지리산 케이블카 추진을 반대하는 활동을 이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백두대간 시작점’ 가치= 지리산은 국내에서 가장 넓은 국립공원으로 전체 면적의 60% 이상이 신갈나무를 우점종으로 하는 참나무림으로 이뤄져 있어 최적의 서식 조건을 갖추고 있다. 지리산 일대에는 반달가슴곰을 포함해 수달, 매, 붉은배새매, 까막딱따구리, 소쩍새, 삵, 담비 등 다양한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시모에 따르면, 애초 지리산 권역 지자체들이 신청해왔던 추진 노선(삼도봉, 통꼭봉, 반야봉 등)들은 ‘국립공원 특별보호구역’에 포함된다. 지리산 전체 면적 중 특별보호구역 면적은 40.56%로 전체 국립공원 중에서도 보호구역 비율이 가장 높다. 특별보호구역은 자연공원법에 따라 자연환경의 회복을 위해 일정 기간 사람의 출입을 통제하는 ‘자연휴식년제’가 운영돼야 한다. 그러나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자연스럽게 자연휴식년제의 정상적인 운용이 불가능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윤주옥 지리산사람들 대표는 “지리산은 국립공원 1호로 백두대간 시작점인 우리나라 생태계 중심”이라며 “그런데 지리산 자락의 여러 지자체는 케이블카뿐만 아니라 산악열차와 도로개설 등 할 수 있는 모든 개발사업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자체는 자연과 생태를 파괴하고 경관을 해치는 케이블카 사업을 무작정 내세우기보다 관광지로서 사람과 환경이 지속가능한 가치를 찾아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경남에는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사천 케이블카가, 도립공원인 천황산에는 밀양 얼음골 케이블카가 운영되고 있다.

어태희 기자 ttott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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