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의 숙원사업인 고교 신설과 과밀학급 해소 문제가 좀처럼 실타래를 풀지 못하고 있다. 기장군 내 고등학교 이전을 둘러싸고 지역 주민들 간 이견이 나오는 데다 교육당국인 부산시교육청이 뚜렷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점점 꼬여만 가는 형국이다.
7일 부산 기장군의회와 부산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군의회는 지난 6일 부산시교육청을 찾아 기장군 관내 정관·일광신도시 일반 고등학교 신설과 과밀학급 해소를 촉구하는 건의서를 전달했다. 이후 하윤수 부산시교육감과 면담을 갖고 기장군 내 과밀학급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정종복 기장군수도 올 9월 하 교육감을 찾아 일광신도시 내 고등학교의 조속한 개교와 정관신도시 과밀학급 해소 등을 요구했다.
앞서 시교육청은 신도시 일대의 고교 신설·과밀학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는 2027년까지 기장군 장안고등학교를 일광신도시로 이전하겠다는 뜻을 내놨다. 현재 15학급 규모의 장안고등학교를 일광신도시로 옮겨 31학급 규모로 확대하겠다는 것이 시교육청의 구상이다. 시교육청은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기장군청과 협의를 진행하고, 장안고 총동창회와 학부모 등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광신도시는 약 7500세대가 거주하고 있지만 초등학교 2곳, 중학교 1곳만 있을 뿐 고등학교는 아직 없다.
하지만 장안읍 일부 주민이 장안고 이전에 반대하는 의견을 기장군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칫 주민들 사이의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정관신도시 지역의 경우 과밀학급 문제로 학생들이 장안고까지 통학하고 있는데, 장안고를 일광신도시로 이전할 경우 통학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인다.
정관신도시 주민들로 구성된 정관신도시 과밀학급 비상대책위원회는 내년 3월 졸업을 앞둔 정관신도시 내 중학교 졸업예정자는 1188명이지만, 현재 정관신도시 내 고등학교 재학 가능 인원은 594명 수준으로 당장 내년에도 학생 중 상당수가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야 하지만 하 교육감이 학부모와 만남조차 갖지 않는다면서 불만을 드러낸다. 내년 신정고 1학급 증설 계획을 감안하더라도 내년 학급당 인원이 32~33명에 달하고, 2027년에는 최고 학급당 인원이 40~41명에 육박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김경미 정관신도시 과밀학급 비상대책위원회 조직국장은 “정관신도시에서 장안고까지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경우 지금도 대부분 버스로 30~40여 분을 통학하는 상황”이라면서 “장안고가 일광으로 이전할 경우에는 정상적인 통학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 교육감은 후보 시절 비상대책위원회와의 대화에서 중·고등학교 신설을 약속했지만 당선 이후에는 만나자는 주민의 요구도 들어주지 않는다”면서 “지금 중3 학생들이 1100명대이고 학년이 내려갈수록 인원이 더욱 많아지는데 과밀학급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부산시교육청은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학교 신설은 불가능하고, 신정고 증축 등으로 학급 수를 늘려 과밀학급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내년 2월 주민 간담회에서 과밀 문제의 해결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