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에 거주하는 김영희(가명·30·여)씨는 사랑하는 가족들 앞에서 예비신랑과 미래를 약속하는 작은 결혼식을 꿈꿨다. 하지만 계약을 맺은 웨딩플래너 A씨가 무리한 선납과 추가금을 여러 차례 요구하면서 갈등을 빚었고, 결혼을 3개월 앞둔 시점에서 웨딩플래너의 요구로 계약이 파기됐음에도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하면서 예정된 결혼식도 무산됐다.
김씨는 9월 중순 A씨를 사기죄 혐의로 창원서부경찰서에 신고했다. A씨가 계약금을 달라고 독촉한 김씨의 예비신랑에게 스토킹 신고를 한 직후였다. 김씨는 신고 과정에서 A씨에게 같은 수법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이 6명에 달한다는 사실도 파악했다. 이들의 총 피해금액은 1800여만원. 4명은 웨딩플래너가 계약 과정에서 거짓말을 하거나 인터넷을 통해 피해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약을 파기한 후 계약금을 못 받고 있다. 나머지 2명은 결혼식은 진행했지만 수십만원을 주고 계약한 본식 영상을 받지 못하는 등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김씨는 지난 3월 블로그를 통해 웨딩플래너 A씨를 알게 됐다. 한 카페에서 직접 진행했다는 스몰웨딩 사진이 김씨의 마음에 들었다. 김씨는 웨딩에 관한 모든 금액을 계약과 함께 납부해 달라는 A씨의 요청을 받아들여 400여만원을 선지급했다. 그러나 A씨가 주도한 결혼 준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A씨는 김씨가 원하는 스튜디오가 아닌 다른 스튜디오에 웨딩 사진 계약을 하고 드레스를 보지 않았음에도 무리한 추가금을 요구했다. 애초에 식을 올리기로 한 카페의 대관료는 결혼식 전날 납부하기로 정했지만, A씨는 이후 카페 대관료가 차후 올라갈 수 있다며 대관료 선납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씨는 이후 해당 카페에 확인한 결과 대관료를 미리 받은 적도, 비용이 증가한다는 얘기도 한 적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김씨와 A씨는 이러한 일들로 마찰을 겪었고 결국 지난 8월 말 A씨의 요청에 따라 계약을 해지했다. 이후 A씨는 3주 안에 계약금을 돌려주겠다는 약속조차 어겼고, 되레 계약금을 달라고 요구하는 김씨의 예비신랑을 스토킹으로 신고했다.
김씨는 “결혼 준비 온라인 카페에서도 이런 수법으로 계약금을 주지 않고 잠수를 타는 등 이력이 있었다”며 “앞으로 결혼을 준비하더라도 1년은 걸리는데 인생의 계획이 망가진 기분이다. 모든 피해자들은 한 번뿐인 결혼식을 망치게 됐다고 눈물짓는다”고 호소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SNS와 블로그 글을 통해 A씨를 알게 됐다. SNS에 A씨가 진행했던 결혼식 사진과 만족한 후기를 보이는 메시지 내용 등을 확인하며 신뢰했다고 밝혔다. 수상한 점은 앞뒤가 다른 ‘완납’이었다. A씨는 계약과 함께 모든 비용을 납부하면 웨딩 업체가 일부 할인이 가능하다며 전액 선불을 요구했지만 막상 웨딩업체에는 계약금을 선불로 지급하지 않았다.
경남의 웨딩업체들은 A씨의 진행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A씨와 계약한 적이 있는 창원의 한 웨딩홀은 “플래너는 연결만 하고 계약자가 우리에게 직접 대관료 등을 결제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A씨는 본인이 다 받고 결혼식 후 우리에게 지급하고 있다”며 “때문에 A씨를 통해 결제를 했는데 왜 결제가 안됐냐는 커플들의 항의를 들어본 적이 있다”고 밝혔다.
다른 드레스 업체는 직접적인 피해를 호소했다. 해당 업주는 “후불 결제 방식으로 드레스를 제공했더니 A씨가 대금 지급을 계속해서 미뤘다”며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아 400여만원의 미수금이 있는 상태에서 거래를 끊어버렸다”고 전했다.
현재 창원서부경찰서는 피해자 3명으로부터 고소장을 접수받아 A씨 등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이다. 또 다른 피해자 2명은 고소를 준비 중이고, 1명은 전자소송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보호원에도 A씨 이름으로 접수된 신고만 4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계약금을 편취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적 없으며 이에 답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답변을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