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환경부는 지난달 31일 경남과 부산, 대구 가정집 수돗물에서 녹조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는 환경단체의 발표에 대해 “발표한 분석은 신뢰도가 낮고 수돗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적이 없다”는 반박 입장을 발표했다. 이에 환경단체는 연구팀의 분석법은 문제가 없는데도 환경부가 환경단체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기 위해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있다고 1일 재반박했다.(1일 1면)

◇분석법 표시한계 기준 놓고 이견= 낙동강네트워크 등 환경단체와 환경부 간 진실공방의 쟁점은 마이크로시스틴 분석을 진행한 이승준 부경대 교수 연구팀이 사용한 ‘ELISA분석법(효소면역측정법)’의 신뢰도 여부다. 환경단체의 수돗물 내 마이크로시스틴 농도 분석은 이승준 교수 연구팀의 ELISA분석법을 통해 진행됐다. ELISA분석법은 미국연방환경청(EPA)에서 제시하고 있는 조류독소분석법 중 하나다.
환경부는 분석법의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환경부는 보도설명자료에서 “미국연방환경청은 ELISA분석법 표시한계(마이크로시스틴 농도를 정량적으로 표시할 수 있는 최소 한계, 정량한계)를 0.3㎍/L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0.3㎍/L 미만의 값은 신뢰도가 낮아 검출량을 산정하는 자료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환경부가 실시한 분석에서는 수돗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즉, 0.3㎍/L 미만의 값은 검출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환경단체는 미국연방환경청이 제시한 ELISA분석법의 표시한계로만 판단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환경단체와 이승준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연구팀이 사용한 ELISA분석법에 사용된 제품의 정량한계는 0.05㎍/L, 검출한계(마이크로시스틴의 존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한계)는 0.016㎍/L이다. 이는 해당 제품의 공식 사이트에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환경부 물환경정책과 관계자는 “ELISA분석 제품은 다양하며 이 제조사가 표기한 검출한계는 제조사의 주장일 뿐”이라며 “환경단체는 미국 환경보호청이 사용하는 방법이라며 신뢰성을 높이지만 정작 그 규칙은 안 지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연구를 진행한 이승준 교수는 환경부가 신뢰성이 낮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미국 미국연방환경청이 ELISA분석법 표시한계를 0.3㎍/L로 설정한 것은 분석을 수시로 진행하는 정수장 종사자가 해당 분석법을 사용했을 때 끌어낼 수 있는 한계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미국연방환경청이 사용하는 ELISA제품과 연구팀이 사용하는 제품은 검출한계부터가 다르다고 밝히며 “제조사가 정한 검출한계는 허위일 수가 없다. 검출한계만큼 마이크로시스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연구자의 숙련도와 역량에 달려 있다. 전문가라면 너무 당연하게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 환경보호청에서는 ELISA분석법을 통해 0.3㎍/L 이하의 수치가 나온다면 ‘검출됐지만 기준치 이하’라고 한다. 신뢰성이 낮다고 검출을 부정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시민 불안 해소는 뒷전= 가정집 수돗물에서 독소물질이 검출됐다는 충격적인 소식에 시민들은 불안해하고 있지만 환경부는 검출되지 않았다며 사실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민들의 불안 해소보다는 환경단체의 분석방법 등에 대한 문제를 거론하며 신뢰성 끌어내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기준치 이하든 이상이든 가정집 수돗물에서 독성물질이 발견된 사실이 맞는지에 대한 조사 방침 등은 거론하지 않고 있다.
환경단체는 “마시는 물인 수돗물에 인체에 치명적인 마이크로시스틴이 나왔으니 이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최우선인 만큼 민관 공동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시민불안을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남도는 1일 창원과 김해 가정집 수돗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는 발표에 대해 환경부에 재차 공동검사를 요청했다.
어태희 기자 ttotto@k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