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낙동강 전역을 뒤덮은 녹조로 부산시민의 식수원 안전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부산 다대포해수욕장에서 알츠하이머병, 루게릭병 등의 뇌 질환을 유발하는 독성물질이 국내 최초로 발견돼 파장이 인다. 낙동강 물이 수돗물, 농작물 등의 형태로 실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국민 안전을 위해 관계기관들이 독성물질 실태조사에 전면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국회의원, 낙동강네트워크, 대한하천학회, 환경운동연합은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낙동강 국민체감 녹조 조사단'(이하 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산 사하구 다대포해수욕장에서 국내 처음으로 신경독성물질인 BMAA(베타 메틸아미노 알라닌)가 검출됐다. BMAA는 유해 남조류가 만들어내는 독성물질 가운데 하나로 알츠하이머병, 노인성 치매, 루게릭병 등의 뇌 질환을 일으키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조사단 측은 “지난 12일 다대포해수욕장 일대에서 샘플을 채취한 결과 1.116μg/L 상당의 BMAA가 발견됐다”면서 “국내에서 신경독소인 BMAA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고 말했다. 샘플 채취 시점인 지난 12일 부산 사하구청은 다대포해수욕장 일대에서 유해 남조류 세포가 다량 발견되자 사흘간 해수욕장 입욕을 금지했다. 녹조 영향으로 다대포해수욕장 입수 금지 조치가 내려지기는 2017년 이후 5년 만이다.
환경단체는 유해 남조류가 질소, 토양미생물 등과 반응해 형성되는 BMAA의 특성상 다대포해수욕장뿐만 아니라 낙동강 다른 지점에서도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외의 경우 BMAA로 인한 질병 의심 사례가 많이 확인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조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또 이들은 녹조 독소의 경우 음용, 피부 접촉뿐만 아니라 에어로졸, 오염된 농작물 섭취 등을 통해서도 인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위험성이 매우 심각한 만큼 즉각적인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녹조로 인한 독성물질이 해수욕장까지 번진 것은 낙동강 녹조사태가 하류권 전역을 덮친 것이라면서 기존에 알려진 마이크로시스틴 말고도 다른 독성물질들이 새롭게 검출되는 만큼 체계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 행사에는 박창근 대한하천학회장, 강호열 낙동강네트워크 공동대표 등이 참여했다. 조사단은 이달 초부터 낙동강 본류와 경남 양산시 지역 논, 다대포해수욕장 등지에서 샘플 31개를 채취해 부경대 식품영양학과 이승준 교수팀과 함께 분석을 진행했다. 부산환경운동연합 민은주 사무처장은 “환경부는 수돗물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국민들에 대해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고, 독극물이 흐르는 낙동강에 대한 대책은 전혀 내놓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