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수궁가’를 재해석한 창극 ‘귀토’가 부산을 찾는다. 주인공 토끼 ‘토자’ 역할을 ‘국악 아이돌’ 김준수가, 자라 역할은 유태평양이 맡아 관객 호응이 기대된다.
(재)부산문화회관은 다음 달 12일과 13일 이틀 동안 국립창극단의 ‘귀토’를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고 밝혔다. 국립창극단 전 단원을 포함해 총 53명의 출연진이 무대에 오르는 대규모 공연이다. 이번 공연을 유치하기 위해 (재)부산문화회관은 ‘찾아가는 국립극장’ 공모사업에 참여해 1억여 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이번 공연은 국립창극단 최고 흥행작으로 꼽히는 ‘변강쇠 점 찍고 옹녀’의 고선웅(극본·연출)·한승석(작곡·음악감독) 콤비의 작품이다. 제목 ‘귀토’는 거북과 토끼를 뜻하는 동시에 ‘살던 땅으로 돌아온다’는 중의적 의미를 담았다. ‘수궁가’ 중에서도 토끼가 육지에서 겪는 갖은 고난과 재앙인 ‘삼재팔난’에 주목한 고선웅 연출은 토끼의 삶이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다사다난한 현실과 다르지 않다고 봤다.
토끼는 고단한 육지의 현실을 피해 꿈꾸던 수궁으로 떠나지만, 죽을 고비를 넘기고 다시 돌아와 예전의 터전에 소중함을 깨닫는다. 바람을 피할 것이 아니라, 바람 속에서 흔들리며 춤추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이야기와 함께 지금 우리가 딛고 선 여기에서 희망을 찾자는 긍정의 메시지를 전한다.
한승석 중앙대 전통예술학부 교수가 작곡과 음악감독을 겸하며 전통 소리의 힘을 선보인다. ‘수궁가’의 주요 곡조는 최대한 살리면서도 각색된 이야기에 맞게 소리를 배치하고 새로 짜는 과정을 거쳤다. 국악기로 편성된 15인조 연주단의 다채로운 라이브 연주가 극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소리꾼 38명이 참여해 국립창극단의 신명 나는 기세를 전한다.
이번 작품은 판소리가 지닌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무대로 꾸며진다. 안무가 지경민은 명무 공옥진의 움직임에서 영감을 얻어 ‘수궁가’ 속 각양각색 동물들을 단순하면서도 특징적인 안무로 재치 있게 표현한다. 지난해 제31회 이해랑연극상을 받은 무대 디자이너 이태섭이 참여하고, 한복 디자이너 김영진이 의상을 맡는 등 최고의 제작진이 함께한다.
주인공 토자와 자라는 국립창극단의 대표 스타 김준수·유태평양이 각각 맡는다. 토자와 함께 수궁으로 들어간 토녀는 원작에는 없던 새로운 캐릭터로, 민은경이 연기한다. 이밖에도 단장 허종열, 코러스장·자라모 김금미, 용왕 최호성, 주꾸미 최용석 등 국립창극단 출연진이 깊이 있는 소리와 익살스러운 유머로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무대와 객석이 자연스럽게 연결된 열린 공간에서 해학미 가득한 열연과 연주를 선보인다. 현대의 극장으로 소풍을 나온 옛 시대의 소리꾼들이 판소리 ‘수궁가’를 주제로 한 신명 나는 공연을 펼친 후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간다는 구조를 갖고 있다.
(재)부산문화회관 관계자는 “수궁가를 재해석해 스토리가 익숙하고, 관람 연령도 만 7세 이상이라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여름철 가족 단위 관람에 적격인 작품이다”고 말했다.
예매는 (재)부산문화회관 홈페이지와 전화를 통해 할 수 있다. R석 5만, S석 3만, A석 2만 원.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