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 [우리동네 숨은보석 핫플을 찾아서·(14)] '갤러리·소극장 옹기종기' 인천 중구 신포동

2022.06.06 22:48:57

문화·예술 수놓은 '그림 같은 거리'… '개항장 전성시대' 2막이 시작된다

 

'신포동'으로 대표되는 인천의 구도심 개항장 일대가 지역 문화의 중심지로 변모하고 있다.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소규모 갤러리가 꾸준히 들어서는가 하면 극단이 직접 운영하는 소극장도 늘고 있다.

인천 신포동이 언제든 전시를 관람하고 연극을 감상할 수 있는 서울의 '인사동'이나 '대학로' 못지 않은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극단 십년후 '신포아트홀' 문열어
50석 규모… 장기공연 목마름 해소
"과거 소극장 메카 명성 다시 누리길"
'다락 소극장'과 함께 문화벨트 기대

 

 

지난 3일 이곳에 소극장이 새롭게 생겼다. 극단 십년후는 인천 중구 신포로31번길 6의 건물 지하에 소극장 '신포아트홀'을 개관했다.

신포아트홀은 대중음식점과 당구장, 극단 십년후의 연습실 등이 있는 건물 지하에 버려진 공간을 활용해 만들어졌다. 아트홀의 규모는 120여㎡, 높이는 약 3m이며, 50석 규모의 객석과 조명 시설 등을 갖췄다. 극단 십년후는 개관을 기념해 6월 4~9일 '원이랑 선이'를 공연 중이다.

극단 십년후는 장기 공연을 하고 싶어서 이곳에 극장 문을 열었다. 장기 공연에 대한 목마름이 컸다는 것이 송용일 극단 십년후 대표의 설명이다. 공공이 운영하는 극장은 장기 대관이 힘들다 보니 2~3개월 동안 어렵게 준비해서 만든 작품을 사나흘의 공연만 선보이고 끝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송 대표는 늘 이러한 점이 안타까웠다.

 

 

지역 연극인들은 십년후의 이번 소극장 개관을 반기고 있다. 옛날처럼 소극장이 활성화하고 연극인들의 활동이 활발해졌으면 하는 바람과 기대를 내비치고 있다. 실제로 1980년대 중반에서 1990년대 초반, 인천 중구 신포동과 경동에는 10여 분 거리에 소극장 5~6곳이 몰려있던 시절이 있었다.

극작가인 고동희 부평구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은 "맥이 끊겼던 소극장이 다시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 소극장이 성황을 이뤘을 때는 이 일대의 소극장을 중심으로 연극계가 돌아갔다. 연극이 만들어지고 배우를 배출하고 그런 모든 과정이 극장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지금은 극장이 그런 역할까지 하기에는 벅찰 수도 있지만, 지역 문화계가 새롭게 생겨나는 소극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이 일대에 소극장을 중심으로 한 '문화의 거리'를 조성하는 방안이 검토된 바 있다.

최종욱 인천연극협회 회장은 "이 일대가 소극장의 '메카'나 다름없었다. 신포아트홀 개관이 예전 기억을 소환한다"면서 "소극장이 더 들어서고 이 일대가 과거의 영광을 다시 누렸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며, 많은 이들이 모여서 자주 뭔가를 시도해야 하는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소극장이 번창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이 일대는 극단 십년후가 새롭게 소극장 문을 열기 훨씬 이전인 2011년부터 극단 다락이 운영하는 다락 소극장이 문을 열고 관객과 만남을 이어왔다. 송용일 십년후 대표는 공연장 등 문화 공간을 중심으로 하는 '문화벨트'가 형성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송 대표는 "극단 다락이 운영하는 소극장이 있고, 십년후도 소극장을 열었으니 어떤 문화벨트가 형성됐으면 좋겠다. 신포동하면 항상 연극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생각해주셨으면 한다"면서 "앞으로 10년동안 꾸준히 이어가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객 여러분이 자주 연극을 보러와 주시는 것이다. 그게 제일 큰 힘"이라고 말했다.

 

 

서양화가 이춘자 '갤러리 벨라' 개관
"작가들 편안히 전시 여는 공간 마련"


지난 3월에는 미술작품을 감상하고 사고 팔 수 있는 갤러리가 새롭게 생겼다.

인천 중구 신포로23번길 66에 있던 주택을 개조한 '갤러리 벨라'인데, 인천에서 오랜 기간 활동해온 서양화가이기도 한 이춘자 대표가 만들었다. 개항장 일대에 작업실을 얻으려고 알아보던 이 대표는 이 공간을 발견했고, 공간이 마음에 들어 아예 건물 2개 층 전체를 전시장으로 꾸몄다.

이 대표는 "작가들이 마음 놓고 내 집처럼 사용하면서 편안하게 전시를 여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어서 이 곳의 문을 열었다"면서 "이 일대에 동료 예술가들의 전시가 자주 열리고 또 작업실도 많아 자연스럽게 신포동을 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미술작품이나 조각, 사진 전시 등이 가능한 문화·예술 공간이 들어서며 사람들의 발길을 이끄는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10년 가까이 됐다.

2009년 '아트플랫폼' 들어서며 변화
'선광미술관' '체나콜로' '임시공간'
'도든아트하우스' 등 잇따라 생겨
"또 찾고 싶은 곳 되도록 계속 노력"

 


시각예술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2013년에는 선광미술관이 문을 열었고 이후 갤러리 지오(2014년·현 체나콜로), 임시공간(2016년), 도든아트하우스(2020년) 등이 속속 문을 열고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른바 '신포동' 일대에 크고 작은 시각예술 공간이 들어서고 있는 이유를 2009년 인천아트플랫폼 개관에서 찾는다.

박석태 미술평론가는 "인천아트플랫폼 개관 이후 이 일대 문화지형 자체가 많이 변했다. 이곳이 인천을 대표하는 문화 공간으로 인식됐고, 특히 소위 인천을 대표하는 작가들도 이 곳에서 전시를 하고 몰려들면서 작가들이 선호하는 곳이 됐다"면서 "소규모 갤러리가 생겨난 것도 이러한 연장선에 있다. 이러한 흐름을 놓치지 않고 여러 관계기관이 협력해 활성화할 수 있는 사업 등을 기획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춘자 대표는 "갤러리에서 전시도 보고, 공연도 볼 수 있는 곳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면서 "신포동을 찾아온 분들은 다음에 또 찾아오고 싶은 그런 곳으로 만들어갈 수 있도록 작은 노력이라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사진/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경인일보DB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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