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부동산 경기의 침체 속에 대표적인 서민 창업 업종인 공인중개업의 인기가 급락하고 있다. 아파트는 물론 상가, 토지, 점포, 단독주택 등 모든 부동산의 거래가 멈춰섰기 때문이다. 아파트 가격 급등 속에 한 번 거래에 목돈을 벌었으나 이제는 폐업, 휴업이 속출하는 신세가 됐다. 거래 ‘빙하기’로 개점 휴업한 중개사들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자도 급감하면서 앞으로의 전망도 암울한 실정이다.
31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광주지역에서 휴·폐업을 신고한 공인중개사는 6월 말 기준으로 47명, 신규 개업한 공인중개사는 17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6월 휴·폐업자는 최근 10년 간 가장 많았다.
올 상반기 휴·폐업자(261명)도 전년(247명)보다 5.7% 늘어났는데, 지난 2015년부터 최근 10년 간 가장 높다.
반면, 올 상반기 신규 개업자(237명)는 휴·폐업자의 52% 수준에 불과했다.
업계에서는 소비 침체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고금리로 은행 대출을 받은 뒤 상가를 분양받거나 임대해 창업했지만 소비자들이 돈을 쓰지 않으니 장사도 안돼 결국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상가 거래가 뚝 끊겼다는 것이다.
광주지역 2분기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은 중대형 상가 15%, 소규모 상가 9.2%로 각각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토지도 비슷하다. 수익·사업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보니 중개사들이 중개료를 받아챙길 수 있는 토지 거래가 급감했다.
당장, 올 상반기 건축물 부속토지 포함한 광주지역 전체 토지 거래량은 1만 8239필지로 최근 5년(2019~2923년) 상반기 평균 거래량인 2만 8905필지 보다 36.9%나 감소했다. 작년 하반기(1만 9933필지)와 비교해도 거래량이 줄었다.
광주의 순수 토지거래량도 올 상반기 2426필지로 최근 5년 평균 거래량 5003필지의 48.5%에 불과했으며, 작년 하반기(3198 필지)보다 24.1% 감소했다. 순수 토지거래의 경우 농지 거래가 대부분인데, 최근 투기 예방 등을 위해 농지 취득 자격이 엄격해지면서 거래에 영향을 미쳤다.
중개업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이다보니 밤엔 대리운전,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 ‘투잡’에 뛰어든 ‘사장님’들도 많다.
지역의 한 공인중개사 A씨는 “낮엔 사무실을 운영하는데 이마저도 문을 잠가 놓고 손님 전화가 오면 사무실로 나가거나 간단한 문의는 전화로 해결하는 편”이라며 “사무실 문만 열어둬도 최소 운영비가 200만원은 드는데 밤에 대리운전을 하지 않으면 일상생활조차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과거 가장 선호하는 자격증 중 하나였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 과잉 경쟁 등으로 시험 응시자도 줄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광주지역본부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광주지역 공인중개사 응시생은 9015명(2020년)→9660명(2021년)으로 증가세를 보이다 2022년 8435명으로 줄더니 지난해에는 5860명으로 급감했다.
모종식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광주지회장은 “부동산 경기 침체는 높은 금리가 영향을 미쳤다”면서 “아파트 전세, 매매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해도 높은 상가 공실률과 까다로워진 농지취득자격증명 발급 여부 때문에 토지 매매가 급감한 것도 부동산중개업계에 악영향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