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금정구 노포동의 부산종합버스터미널(이하 터미널)의 운영을 맡게 된 부산시설공단이 신규 계약 과정에서 임대료를 종전보다 최대 4배까지 갑작스럽게 인상했다. 코로나19로 경영난에 허덕이는 소상공인을 위해 부산시가 착한 임대료 운동을 전개하는 등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산하 기관은 종전에 비해 턱없이 임대료를 올려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001년부터 20년간 터미널을 운영하던 주식회사 ‘부산종합버스터미널’의 터미널 운영권이 올해 만료되면서 지난달부터 부산시설공단(이하 공단)이 터미널을 운영한다. 공단은 이후 상가 21곳을 대상으로 신규 상가임대차 계약을 진행했다.
부산 노포동 부산종합버스터미널
지난달부터 부산시설공단이 운영
상가와 신규 계약하며 월세 올려
4곳은 임대료 너무 비싸 계약 포기
공단 “감정평가사가 책정한 것”
상인들 “어려움 외면하나” 원성
터미널 상인들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공단은 17개 상가 임대료를 평균 30~50%가량 인상했다. 최대 4배까지 인상을 요구한 상가도 있다. 4곳의 상가 임차인은 인상된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계약을 포기했다.
올 2월 터미널의 한 카페를 인수한 A 씨는 그중 한 명이다. 그는 최근 ‘상가를 원상복구하고 퇴거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지난달 10일까지 공단과 상가임대차 계약을 맺지 않았다는 이유다. 공단이 A 씨에게 신규계약조건으로 요구한 월 임대료는 250만 원이다. 이전까지 부담하던 월 60만 원에서 4배 이상 뛴 가격이다. A 씨는 “월 매출이 220만 원가량인데 월세로 250만 원을 어떻게 부담하느냐”며 “신규계약 과정에서 임대료 인상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오를 줄은 전혀 몰랐다”고 토로했다.
계약을 포기하면서 A 씨가 상가 입주를 위해 부담한 권리금, 인테리어 비용 등은 고스란히 날아갔다. 공단은 이에 그치지 않고 10일 내 상가의 원상복구와 철거를 요구했다. A 씨는 “공단 측은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한 자영업자들을 신경 쓰지도 않고, 철거 기간에도 임대료를 꼬박꼬박 책정하는 등 돈만 밝히고 있다”고 강하게 항의했다.
신규 계약을 체결한 상인들은 임대료 부담이 커졌지만 그동안 상가에 쏟아부은 투자금 때문에 계약을 연장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터미널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 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을 결심했다. 코로나19로 매출이 70%가량 줄어든 B 씨의 식당이지만 이번 계약으로 400만 원 수준이던 임대료는 600만 원 수준으로 뛰었다.
B 씨는 “임대료를 생각하면 다른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맞지만 인테리어 공사 등에 쏟아부은 돈이 아까워 할 수 없이 계약을 체결했다”며 “지금은 억지로 버티고 있지만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공단의 임대료 인상 기준에 의문을 제기한다. 공단은 감정평가사의 감정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임대료를 책정했다는 입장이지만, 가게마다 임대료 인상 폭이 들쑥날쑥하다는 주장이다. 공단은 상인들의 감정평가 기준 공개 요청에도 ‘감정평가사가 공개 여부를 판단할 일’이라며 거절했다.
B 씨는 “업체마다 임대료 격차가 크게 난다”며 “공단은 감정평가 기준을 공개하고 합리적인 평가가 이뤄졌는지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터미널 상가의 원성이 높아가고 있지만 공단은 원칙대로 임대료 책정이 이루어졌다고 해명했다. 공단 터미널관리팀 성창승 팀장은 “임대료는 공유재산법에 따라 감정평가사가 책정한 사항”이라면서 “부산시 차원의 코로나19 임대료 감면 정책을 추진하는 등 임대료 부담 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산시 산하 기관이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외면한다는 비판이 높다.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이정식 회장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소상공인에게 좀 더 보탬이 될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도 모자랄 판에, 부산시 산하기관인 시설공단이 임대료를 터무니없이 올리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