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하며 한미 원전 협력에 적신호가 켜졌다. 다만 단기간 내 국내 원전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보고서 ‘미국 에너지부의 민감국가 지정, 어떻게 볼 것인가?’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부(DOE)가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것과 관련, 원자력 등 에너지 산업에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연구개발 분야에서는 장기적 대응이 요구된다.
민감국가 지정은 단순 외교관계뿐만 아니라 기술적 신뢰성과 안보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미국의 전략적 결정이다. 이 결정으로 한국 연구진이 미국 연구소 등을 방문하려면 미국 에너지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기존에는 없던 규제다. 문제는 국가 신뢰도 저하나 연구자 간 협력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이 협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이 같은 방문 규제 등의 조치가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봤지만 신뢰도 저하는 대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한국 출신 유학생, 박사후연구원, 방문연구자 등을 선발할 때 민감국가 출신이라는 점이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특히 민감국가 지정 사유가 원자력 분야에 있다면 이 분야의 한미 협력이 전반적으로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다행히 한국이 진행 중인 체코 원전 수출 계약이나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사업 등 원자력 관련 단기 사업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전망이다.
보고서는 “체코 원전 수출은 최종 계약의 막바지 단계에 있고, 한수원과 미국 웨스팅하우스 사 간 지식재산권 분쟁도 이미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에 이번 민감국가 지정이 원전 수주 계약 성사 여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또한 SMR 상용화 실증과 해외 진출 계획, 미국 전력설비 시장 진출 등 주요 에너지 사업도 민감국가 지정의 영향을 크게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정부에 대응책 마련을 주문했다. 보고서는 “정부는 국제협력 리스크 관리 체계를 점검하고, 협력 현황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피해 가능성을 파악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국제과학기술협력 규정’에 기술 유출 방지뿐 아니라 신뢰성 제고를 위한 보안조치를 추가하고, 리스크 관리 체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부는 미국과 민감국가 지정 해제를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보고서는 과거 사례를 들어 민감국가 해제 과정이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렵고 상당한 외교적 협상이 요구된다고 경고했다. 실제 한국은 1981년 민감국가로 지정된 후 해제까지 약 14년이 걸렸으며, 해제 요청이 받아들여진 이후에도 실제 해제까지 약 7개월이 소요됐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보고서를 통해 “민감국가 지정 사유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협상 과정의 선결과제이며, 이를 통해 실효성 있는 대응책 마련이 가능하다”며 “국회도 한미 과학기술 협력 현안을 점검하고 의회 외교를 통한 지원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