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일보)현금 없는 시내버스 운행 첫 날…버스 타고 시민 반응 들어보니

  • 등록 2025.04.02 09:3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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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 대부분 교통카드 사용…큰 혼란은 없었다
광주 92·94번 등 7대 현금함 철거
현금 이용률도 1.6%까지 떨어져
현금 없으면 계좌이체 안내지 전달
기사가 선불 교통카드 판매 불편
“카드 잔액 없을 땐 어쩌나” 걱정도

1일 오전 광주 첨단지구를 오가는 94번 시내버스 안. 막 버스에 오른 승객들은 ‘텅 빈 계단 옆’ 공간을 보고 잠시 멈칫했다. 승객들은 곧바로 미리 준비한 교통카드를 꺼내 버스비를 결제했지만 뭔가 허전한 듯 뒤를 돌아보기도 했다.

 

광주시는 이날부터 현금함 없이 시내버스 운행에 들어갔다. 첫날인 1일에는 첨단92번 3대, 첨단94번 4대 등 7대만 현금함 없이 첫 운행을 시작했다는 게 광주시 설명이다. 광주시는 2일에는 봉선37번(2대), 지원52-1번, 충효188번 등 4대의 버스에서 현금함을 추가 철거할 예정이다. 4~5월에는 도심 노선, 6~7월에는 디지털 취약계층이 많이 이용하는 외곽 노선에 적용될 예정이다.

 

버스 전면 유리에는 ‘현금 없는 시내버스’라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었고, 전광판에는 “4월부터 노선별 순차 도입”이라는 문구가 안내됐다.

 

현금통이 철거된 버스 계단 옆 발 디딤 공간은 이전보다 여유공간이 생긴 모습이었다. 대부분의 버스 승객들은 교통 카드 이용자들로 큰 혼란은 없었다.

 

광주시에 따르면 시내버스 이용객들의 현금 이용률은 높지 않다. 지난 2022년 2.9%에 불과했지만 이마저도 2.3%(2023년), 1.9%(2024년)로 떨어지더니 올 1월에는 하루 평균 1.6%(전체 이용 25만1499건 중 4153건)까지 떨어졌다. 승객 100명 중 1~2명 정도만 현금을 내고 탄다는 얘기다.

첨단 94번 운전기사 박용성(65)씨도 이날 승객들을 향해 “현금함 오늘부터 없어요”라고 외쳤다. “만약 현금밖에 없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 시민들에게 박 씨는 준비해둔 ‘요금 계좌이체 안내서’를 꺼내 보여줬다.

 

안내서에는 이용자의 성명과 전화번호, 정류장 정보 등을 직접 기입하고 이체 요청에 동의하는 절차가 포함돼 있었다.

 

박씨는 “현금이 없는 경우엔 계좌이체를 안내하거나 선불카드 안내지를 전달해야 하는데 운전 중에 하기가 번거로운 건 사실”이라며 “노인분들은 그 종이를 가져가다가 가끔 잃어버리기도 하시더라”고 전했다.

 

첨단 노선의 경우 산단이 많아서 외국인노동자가 많이 타는 점 때문에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출신 외국인 승객들에 대한 안내도 버스 기사 몫이다.

 

박씨는 “1월부터 계속 안내했더니 현금 내는 승객이 점점 줄었다. 한 달 전만 해도 하루에 1000원, 2000원 정도는 현금이 나왔는데 이젠 거의 안 나온다”고 설명했다.
 

첨단92번을 운전하는 이상수(62)씨도 버스 운행 준비 과정이 평소와 조금 달라져 어색했다고 웃어보였다. 평소 출근 시 매일 하는 음주측정 후 현금함을 챙겨 나가야 했는데, 이날은 그 절차가 빠져 허전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오늘은 돈통을 안 들고 차에 탔다. 뭔가 이상하더라”며 “비나 눈 오는 날엔 우산을 든 채 현금통, 잔돈, 일지까지 다 들고 나가야 했는데, 이제 그런 불편함은 없어질 것 같다”고 전했다.

 

이씨는 제도 시행 초기의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했다. 현금만 들고 탑승한 승객에게 직접 교통카드를 판매하는 역할까지 맡다 보니 신경쓸 일이 더 많아졌다고 한다. 현금 정산 절차를 없애 운전원이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는 취지와 맞지 않게 별도의 일이 생긴 셈이다.

 

버스 내 판매 선불교통카드 구매 금액은 5000원으로 잔액 2500원이 충전돼있다.

 

불안감을 내비치는 시민도 눈에 띄었다.

 

김금례(여·72)씨는 “버스카드에 한 번에 오만 원 충전해서 다니는데, 가끔 잔액이 다 떨어지면 현금으로 내야 할 때가 있다. 현금을 아예 못 쓰게 되면 걱정이 된다”고 했다.

 

시내버스 운전원들은 그동안 잔돈 분실, 민원 대응, 장비 반납 등으로 인한 부담을 꾸준히 호소해왔고, 이번 제도 시행으로 물리적·정서적 피로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광주시는 현금함 유지비와 인건비 등으로 연간 약 5억 2000만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광주시 관계자는 “버스 내 선불교통카드 판매는 운전원의 관리 어려움 등을 고려해 시행 초기 일정기간 운영 후 실효성 등을 검토해 지속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진아기자 jingg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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