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일보) 불탄 나무들 그대로…생기 사라진 채 여전히 새까만 산

  • 등록 2025.03.31 10: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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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산불 휩쓴 함평 연천마을 가보니
양봉 자재 소각 추정 온산 태워
토양 속 유기물·미생물 불 타고
토양 산성화로 식물 생장 어려워
피해 복구하는 데만 수십년 걸려
군, 2050년까지 연차적 복구 추진

2년 전 대형 산불이 휩쓸고 간 함평군 신광면 연천마을엔 올해도 ‘검은’ 봄이 찾아왔다. 개나리가 피고 분홍색 벚꽃으로 갈아입을 시기지만 검게 그을린 나무가 초록색 꽃들을 뒤덮고 있었다.

 

까맣게 타버린 소나무 배경의 산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었고 군데군데 불에 탄 고사목 조각들도 덜 치워진 채 널부러져 있어 2년 전 화마가 할퀴고 간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흉한 모습의 검은 산 속에 ‘산불조심’ 현수막은 유난히 눈에 확 들어왔다.

 

함평군 연천리에서는 지난 2023년 4월 3일 낮 12시께 양봉 자재 소각으로 추정되는 산불이 발생해 4일 오후 7시께 진화됐다. 대동호와 대동저수지 인근 산 641.45㏊가 불길에 휩싸였고 그사이 소나무 등 침엽수림을 중심으로 총 344㏊가 피해를 입었다.

 

특히 함평군 산림에 가장 많이 분포하고 있는 소나무(전체의 26%) 피해가 컸다. 총 33만 7000여 그루의 나무가 탔으며 공장 1개 동, 축사 1개 동, 하우스 3개 동이 전소해 피해액은 19억 7000만원에 달했다. 하루 반나절 만에 타버린 피해를 복구하는 데만 25년이 넘게 걸린다는 게 함평군 계산이다.

 

함평군은 피해면적(나무가 직접 불탄 지역) 344㏊ 중 자연복원 대상지인 56㏊를 제외한 288㏊를 복구할 계획을 세웠다. 편백경관숲(7㏊), 경제림(14㏊), 밀원숲(99㏊), 경관숲(168㏊) 등 숲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새로 심은 나무들이 성목(成木)이 되는 2050년까지 26년 동안 진행할 계획이다. 일단, 오는 2028년까지 산불피해지를 복원하고 경관림을 조성하는 것을 우선 시행한다. 이후 2050년까지 자연휴양림을 조성하고 대동호권광역관광계획 사업까지 추진하는 것이 목표다. 계획대로 될 지는 미지수다.

 

당장, 함평군은 지난 2년동안 산딸나무, 산수유 등 10만 2000여그루를 심었지만 고작 50㏊ 만 복구했을 뿐이다.

 

나머지 294㏊는 불탄 나무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벌채 이후 토사가 유실되면 흙을 새로 채워넣어야 하니 나무를 새로 심기 직전에 벌채를 해야 하는 작업도 마무리하지 못했다.

 

그나마 심어 둔 묘목들도 아직 싹을 틔우지 못한 상태다. 산불로 인해 토양 속 유기물·미생물이 불타고, 연소 중 만들어진 황·질소화합물이 빗물과 함께 땅에 침투해 토양이 산성화되면서 식물이 살기 어려운 환경이 됐기 때문이다. 묘목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려면 앞으로도 최소 2~3년은 지나야 한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의 말이다.

 

전문가들은 산불로 소실된 산림을 복원하기까지는 100년 이상이 걸린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문현철 전 한국산불학회장은 “숲이 혹독한 조건에서 견디며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자란건데, 나무를 다시 심는다고 해도 꼭대기까지 심을 수가 없어 결국 인간이 나무를 심어 복원할 수 있는 건 20%가 채 되지 않는다”며 “심지어 그 나무들이 산불로 가뭄에 노출되고, 장마철 폭우와 산사태에 씻겨내려가고, 나무 심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등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함평 상황을 고려하면 경남 산청군과 경북 의성군, 영덕군의 경우 피해 범위가 훨씬 넓은 만큼 복구 작업이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 산불 피해 면적의 차이만큼이나 복구 예산, 식재 수종, 토양 회복 기간 등 모든 항목에서 더 큰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문 전 회장은 “불이 붙으면 대형 산불로 커지는 요즘 과밀화된 숲 속 나무를 솎아내서 혹시라도 산불이 났을 때 빨리 인력과 장비를 투입할 수 있는 숲 속의 도로를 내는 등 건강한 숲을 만들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5년간(2020~2024년) 전남 지역에서는 총 193건 산불이 발생했다. 2020년 36건, 2021년 32건, 2022년 55건, 2023년 54건, 2024년 16건 등이다.

양재희기자 heestor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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