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과 영혼’ 오늘 밤 일곱시 깐느에서 개봉합니다!”
극장 매표소 앞에 영화를 보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이 길게 늘어섰다. “두 장이요.” 아르바이트 대학생 금명(이지은)은 날짜가 적힌 도장을 표에 쾅쾅 찍고, 간판 화가 충섭(김선호)은 ‘변광쇠’ 속 옹녀에게 저고리를 입혀 극장 주인에게 호되게 혼이 난다.
극장에서 처음 영화를 보게 된 충섭의 엄마(이지현)는 눈을 빛내며 ‘시네마 천국’ 속 토토를 바라본다. “365일이 똑같아서 개봉날 새 그림 보러 가는 것 말고는 사실 별 게 없었거든요. 그런데 오늘은 진짜 행복했어요. 죽기 전에도 오늘은 생각날 것 같아.”
1950년대 제주에서 태어난 금명의 삶을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깐느극장 장면이 광주극장에서 촬영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광주 시민들은 “익숙한 좌석과 붉은 카펫이 깔린 무대, 강렬한 색채의 그림이 늘어선 통로를 보니 광주극장에서의 추억이 떠올랐다”며 반갑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내 유일의 단관극장인 광주극장은 90주년을 맞아 올해도 다채로운 영화와 행사로 지역민들과의 만남을 이어갈 예정이다. 누군가는 드라마 속 한 장면을 체험하고, 누군가는 그리운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기회인 만큼 광주극장의 프로그램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먼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가면서도 사라지지 않고 전통의 명맥을 이어온 여성국극인들의 다큐멘터리 ‘여성국극 끊어질듯 이어지고 사라질듯 영원하다’가 관객들을 만난다. 영화는 전통의 가치를 지키면서도 미래를 고민하는 예술인들의 끈질긴 도전을 담는다.
28일 오후 7시 20분에는 92세의 1세대 여성국극인 조영숙씨와 3세대 박수빈씨 등이 광주극장을 찾아 GV(관객과의 대화)도 진행한다. 1952년 ‘공주궁의 비밀’ 무대를 시작으로 70년 넘게 국극의 맥을 이어온 조영숙씨의 열정은 관객들을 웃고 울리며 감동과 여운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프라도 국립 미술관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세계적 거장들의 명작과 숨겨진 이야기를 그려낸 영화 ‘프라도 위대한 미술관’은 오는 29일 개봉 예정이다. 스페인에 위치한 프라도 국립 미술관은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에 활동한 화가들의 작품 8000여점을 소장해 파리의 루브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예르미타시와 함께 세계 3대 미술관으로 불린다. 특히 이번 영화는 ‘행운의 반전’과 ‘다이하드3’의 배우 제레미 아이언스가 내레이션을 맡아 고야, 벨라스케스, 타치아노, 라파엘로, 보티첼리 등의 이야기를 전한다.
이어서 ‘프랑켄슈타인의 아버지’는 4월 2일 관객들을 찾아온다. 영화는 기증한 정자로 태어난 아이가 아버지를 찾아와 벌어지는 소동을 다뤘다. 어느 날 내과의사 도치성의 앞에, 그가 20살 때 팔았던 정자로 태어난 소년이 나타나 ‘자신의 하자에 대한 책임을 지라’며 손해배상을 요구한다는 내용이다. 소년의 법적 아버지까지 두 명의 아버지와 한 명의 아들의 독특한 삼각관계 속에서 틀에 박힌 일상에 균열이 깨진다.
끝으로 4월 3일에는 제주 4·3 생존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제주의 현대사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목소리들’이 개봉한다. 영화는 김은순 할머니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김 할머니는 1948년 12월 제주 표선면 토산리에서 빨치산 소탕 명목으로 끌려갔던 200여명 중 유일한 생존자다. 살아남은 할머니들과 제주4·3 연구자를 통해 그동안 감춰졌던 제주 여성들의 경험과 상처를 들춰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