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부(정개산)에서 진화 중입니다. 나흘째 진화를 하다 보니 숨이 턱턱 막힙니다.”
하동 산불 진화대 김용길 2조 조장이 휴대전화로 건넨 말이다.
하동 산불 진화율이 70%를 보이면서 3.5㎞ 화선을 끄는 데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하고 있다.
그런데도 진화율은 이틀째 제자리걸음이다. 가장 어려운 점은 강풍이다. 25일 오후 3시 거센 바람에 청계사지구 현장 진화 인력이 철수했다.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풀이된다.
여기에 재선충병 예방을 위해 간벌한 소나무 훈증 더미, 발이 푹푹 꺼지는 낙엽도 큰 걸림돌이다. 헬기로 물을 부어도 속은 잉걸불이 돼 불씨가 옮겨 붙는 원인이 된다.
결국 진화대원들이 물이나 호스로 직접 꺼야 한다.
높이 520m 하동군 옥중면 정개산이 화마와 맞서 싸우는 전선이다. 한쪽은 청계사지구이다.

김 조장은 “정개산 정상에서 잔불 정리 중”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끄도 불씨가 남아 대원들이 500m까지 호스를 메고 가서 진화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수작업 외에는 방법이 없다.
거센 바람도 악조건이다. 여기에 높은 기온, 높은 습도, 황사까지.
하루 전인 24일 현장에 투입됐던 하동군청 박모(50)씨는 “경사가 가파른 데다 땅이 바짝 말라 있고, 낙엽이 쌓여서 숨이 턱턱 막히는 데다 잔불이 소진되지 않아 진화율이 제자리인 것 같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상황실 근무자들도 지치기는 마찬가지. ‘오늘에나 집에 들어갈까’ 하는 바람이 벌써 나흘째다. 김모씨는 “오늘도 (집에)들어가기 글렀다”는 말로 어려운 진화의 현실을 토로했다.
산림청 등 소방당국은 현재 하동에 헬기 16대, 장비 100여 대, 인력 1040명을 투입해 남은 화선 3.2㎞의 불을 끄는 데 집중하고 있다.
현재 9개 마을 506가구 852명의 주민이 옥천관, 옥종초·중·고 등 8개 시설에 분산 대피 중이다.
산청 하동 산불영향구역은 1572ha에 이른다. 총화선은 55㎞이며 산청 37㎞, 하동 12.5㎞ 등 49.5㎞는 진화가 완료됐으며 산청 2㎞, 하동 3.5㎞ 등 5.5㎞가 진화 중이다.
바람은 북북서풍이 초속 1.7m로 불고 있으며 최대풍속은 초속 3~4m에 이른다. 기온은 12.5℃, 습도 35%.
산림청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진화 헬기 등 가용할 수 있는 공중·지상 진화자원을 총동원하여 산불 확산을 차단하면서 주불 진화에 주력해 인명과 재산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