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월 첫 주 일요일 광주시 동구 금남로 일대가 ‘차 없는 거리’로 변신한다.
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적 공간인 금남로를 ‘차 없는 거리’로 조성하자는 방안은 20여년 전부터 거론됐으나, 공식 시행되는 것은 처음이다.
광주시 동구는 오는 3월부터 12월까지 한 달에 한 차례 금남로 일대에서 ‘차 없는 거리’ 사업을 운영한다고 9일 밝혔다. 그동안 금남로는 5·18 행사 기간, 대형 행사나 집회가 열릴 때만 차량 통행이 차단돼 왔다.
동구는 ‘차 없는 거리 사업’에 따라 매월 첫째 주 일요일 새벽 0시부터 밤 9시까지 금남로공원에서 전일빌딩245까지 540m 도로에 차량 통행을 차단한다.
차량 통행이 차단된 금남로는 도심 속 일상의 쉼과 소통이 있는 ‘시민 휴식공간’으로 운영한다는 것이 동구의 계획이다.
3월 2일을 시작으로 올해는 총 7차례 운영하며, 혹서기(7~8월)와 충장축제 기간(10월)에는 운영하지 않는다.
총 예산은 2억원이며, 이 예산은 소규모 행사 운영, 쉼터 조성 등에만 투입될 예정이다.
‘차 없는 거리’의 특징은 특정 행사가 없더라도 시민들이 정기적으로 자유롭게 금남로를 걸어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동구는 무대를 설치해 가며 공연하는 등 행사를 최소화하고, 거리 활성화를 위한 소규모 월별 테마 프로그램만 운영하기로 했다.
세부 프로그램은 시민·상인·단체가 주체가 돼 자유롭게 꾸밀 수 있게 했다. 미리 행사 운영을 희망하는 개인·단체를 공개 모집하고 금남로를 구획별로 나눠 대여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모집된 운영사들은 오후 2시부터 오후 8시 사이에 행사를 진행할 수 있다.
이번 ‘차 없는 거리’ 사업은 광주시의 ‘대·자·보(대중교통·자전거·보행자)’ 사업, 친환경 ‘탄소 중립’ 사업과도 맥이 닿아 있다.
금남로를 ‘걷기 좋은 도시’로 만드는 것과 더불어 친환경 요소를 적극 반영해 탄소중립 실현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동구는 기획·준비·운영·정리의 전 과정에 탄소중립 실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행사 운영 시 다회용·재활용품 우선 사용 등 운영수칙을 마련할 계획이다.
대중교통·자전거를 이용하거나 걸어서 금남로를 찾아 온 방문객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안도 검토 중이다.
동구는 지난해 1월부터 ‘금남로 차 없는 거리 운영 TF’를 꾸리고 관련 사업을 준비해 왔다.
당초 지난해 하반기 동안 ‘차 없는 거리’ 사업을 시범 도입할 계획도 세웠지만, 상권 축소를 우려하는 주변 상인 등 지역민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시간이 지체됐다고 한다.
동구는 방문객들이 충장로, 예술의거리 상권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상인 참여 프로그램을 비중 있게 공모하거나 충장르네상스 사업(라온페스타 등)을 연계하는 방안을 제시, 상인들의 협조를 이끌어냈다.
또한 지하도상가 정기 휴무일인 매월 첫 주 일요일을 사업 운영일로 잡아 상권 침해 요소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임택 동구청장은 “동구가 탄소 중립을 실천하고 금남로를 시민들이 휴식할 수 있는 공간으로 열어주겠다는 차원에서 이번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며 “현재 기본 계획만 수립된 단계로, 상인 등과 협의를 거쳐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세부 계획을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