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부모로서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 항상 아이에게 미안했죠. 한 시간 늦게 출근하거나 일찍 퇴근하는 것만으로도 자녀 돌봄 면에서는 큰 만족감을 느낄 수 있어요”
광주시가 전국 최초로 시행한 ‘초등 학부모 10시 출근제’가 이용자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시는 올해 예산을 추가 확보해 적용 대상을 기존 초등학교 1학년 자녀에서 전 학년으로 확대했는데, 학부모의 업무 집중도가 오르면서 회사의 만족도도 커지고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까지 수 많은 저출산 정책 중 지자체가 시행하는 좋은 정책으로 평가하는 등 관심을 가지면서, 전국 광역자치단체의 벤치마킹 행렬도 줄을 잇고 있다.
25일 광주시와 시 일가정양립지원본부에 따르면 현재 광주지역 중소사업장 178곳 노동자 300명이 ‘10시 출근제’를 이용하고 있다. 애초 150명이 지원 대상이었지만, 많은 학부모들이 지원하면서 추가 예산 확보를 통해 300명으로 늘렸다.
해당 사업은 300인 미만 광주 중소기업에 다니는 초등학생 부모 근로자가 1년에 한 자녀당 최대 2개월간 임금 삭감 없이 근로 시간 1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광주시가 총사업비 2억2400만원을 확보해 10시 출근제를 도입한 중소기업에 장려금을 주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출근 시간을 오전 9시에서 10시로 늦추거나, 퇴근 시간을 오후 6시에서 오후 5시로 앞당기는 등 근로 계약서에 기재된 근무시간 기준 1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해당 제도를 이용 중인 학부모들은 초등학교 여름방학 기간인 지난 달부터 이달까지 두 달간 10시 출근제를 가장 많이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6월 10시 출근제를 이용해 1시간 일찍 퇴근한 박정완(43)씨는 “초등학교 1학년 아들에게 ‘인기 만점’ 아빠가 됐다”며 만족해했다. 박씨는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 행복했다”며 “오후 6시에 정상 퇴근한 뒤 교통체증을 뚫고 집에 가면 아이를 씻기고 밥을 먹기만 해도 늦은 밤 시간이 됐었는데, 일찍 퇴근한 두 달간은 아이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인기도 급상승했다”고 웃어 보였다.
박씨는 출근제 이용 당시 일시적이긴 하지만, 그동안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 ‘시간 때우기’용으로 보내던 학원도 줄였다고 했다.
지난달과 이번달 10시 출근제를 이용하고 있다는 권현주(여·47)씨도 이른 퇴근 후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만날 생각에 환한 미소를 보였다.
권씨는 특히 광주시의 추가 예산 확보로 기존 초등학교 1학년 자녀였던 대상이 전체 학년으로 확대되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혜택을 받게 된 ‘행운 엄마’다.
권씨는 “출근제 이용 후 아이의 볼이 포동포동해 질 정도로 살이 많이 붙었다”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항상 미안한 마음이 컸었는데, 1시간을 벌면서 반찬 하나라도 더 먹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사무실 내 초등생 학부모가 아닌 직원도 ‘내가 어디서 애를 데려올까?’라고 농담할 정도로 주변의 부러움을 받는 제도”라면서 “1시간 조기 퇴근으로 아이에게 더 관심을 줄 수 있고 나도 안정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초등학교 3학년인 남녀 쌍둥이를 위해 1시간 일찍 퇴근하는 남주연(여·43)씨는 쌍둥이 덕분에 이달부터 오는 11월까지 4개월간 10시 출근제를 이용하는데, 만족감이 누구보다 크다고 했다.
남씨는 “회사에서 책임자로 일하고 있어 육아휴직을 다 사용하지 못하고 복직한 상황에 10시 출근제는 가뭄에 단비 같았다”면서 “아이들끼리 집에 있을 땐 사실상 ‘방치’ 상태인데, 일찍 퇴근하는 덕분에 교통체증도 피하고 방학 기간에도 쓸 수 있어 대만족”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원이 끝나고 집에 온 아이들이 걱정돼 매번 전화하고 불안한 마음이 컸는데, 일찍 퇴근하는 만큼 더 집중해서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10시 출근제 이용 부모들은 “10시 출근제가 일시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아닌,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처럼 육아의 과정으로 정착했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10시 출근제는 회사 입장에서도 만족도가 높았다.
10시 출근제를 이용 중인 업체 광은비지니스 조정민 대표는 “중소기업은 아무래도 비용이 들어가는 복지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회사 내 유연 근무제가 없다 보니 10시 출근제는 중소기업이 유연 근무제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라면서 “회사는 손실이 없고 노동자는 자녀 돌봄 시간이 늘어나면서 업무 집중력도 함께 높아졌다. 회사 입장에서 만족스럽고 좋은 제도”라고 평가했다.
광주만의 제도였던 ‘학부모 10시 출근제’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제7차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좋은 정책 사례로 평가하면서 전국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당시 인구 문제를 대한민국이 당면한 가장 큰 도전으로 규정하면서 저출생 대응을 위해 중앙과 지방이 시너지 효과를 내는 정책으로 광주시의 ‘초등 학부모 10시 출근제’ 사례를 언급했다. 이에 따라 이미 서울시를 비롯한 경기도, 부산시, 충북도, 경남도, 강원도, 전남도, 전북도, 제주도 등이 제도를 배워갔으며, 경북도는 지난해 벤치마킹 후 올해부터 ‘초등맘 10시 출근제 도입 중소기업 장려금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한편, 민선 8기 광주시의 정책 가운데 ‘학부모 10시 출근제’를 비롯해 광주다움 통합돌봄과 광주 공공심야 어린이병원 운영, 산업단지 근로자 간편한 아침 한끼 지원 정책 등은 정책 표준의 모범 사례로 꼽히며, 다른 지자체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