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의 장기화로 경기도 내 병원들의 경영·인력난이 가중되면서 지역의 소아응급 의료체계까지 흔들리고 있다. 경기도는 올초 365일 24시간 중증 소아응급환자의 진료가 가능한 4곳의 권역별 책임의료기관을 선정했지만, 현재 정상 운영 중인 곳은 단 1곳뿐이다.
12일 도에 따르면 지난 2월 아주대병원·분당차병원·명지병원·의정부을지대병원 등 각 권역별 4개 병원이 '경기도 소아응급 책임의료기관' 대상으로 선정됐다. 이 사업은 매일 24시간 중증 소아응급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의료기관을 조성하는 게 목표로, 이를 위해 도는 총 42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선정된 4개 병원은 의사와 간호사 등 소아응급 전담 인력과 병상 등을 운영해야 하며, 신규 인력 채용 시 최소 의사 수(아주대병원 1명, 분당차병원 1명, 명지병원 2명, 의정부을지대병원 4명)를 포함해야 한다. 신규 인력을 통한 당직근무 등으로 매일 24시간 소아응급환자를 진료할 수 있게 되면, 각 병원은 오는 12월까지 적게는 5억원에서 많게는 20억원까지 인건비 지원을 받는다.
문제는 이 같은 지원책을 내놔도 현재 해당 사업을 정상 운영하는 곳은 분당차병원 1곳 뿐이란 점이다. 다른 3개 병원은 소아 응급실 인력난 등을 이유로 매일 24시간 소아응급환자를 돌볼 인력 체계조차 갖추지 못해 지원금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
아주대병원 소아 응급실은 인력난 탓에 수·토요일은 24시간 소아 응급환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경영난까지 겹치며 당초 이달 예정된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의 준공 시기는 오는 12월로 미뤄진 상태다.
의정부을지대병원은 소아 응급실 전문의 1명을 신규 채용했지만, 동북권역에 배정된 신규인력 최소 의사 수(4명)를 채우지 못했고 명지병원도 소아 응급실에서 일할 새 전문의를 아직까지 찾지 못했다. 분당차병원만 전문의 1명 등을 채용해 24시간 중증 소아응급환자를 받고 있어 유일하게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병원 관계자들은 소아 응급실에서 일할 의사를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도내 한 소아응급실 전문의는 "소아응급 분야는 사실상 기피하는 파트라 지원하는 의사가 줄었고 의사가 없어서 현장은 과부하"라며 "의사가 한 명이라도 빠지면 붕괴된다"고 우려했다.
도 관계자는 "소아응급환자를 돌볼 의사가 줄어든 상황에서 의료계 집단행동까지 더해져 인력 채용이 더 어렵다"며 "현실적으로 사업 지원이 어렵다고 보고, 지역별 소아응급실 수요와 공급을 분석해 내년에는 문제가 개선되도록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