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신문) “농촌에 외국인 근로자 없으면 일 못해요”

  • 등록 2024.07.22 09:3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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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공공형 계절근로자 구슬땀
농가 “일당 싸고 공급 안정적” 만족

농협·지자체·정부 협력 인력 수급
6월 기준 4127명 도내 농가 지원

“농촌에 일할 사람이 진짜 없거든요. 공공형 계절근로 덕분에 안정적인 인력수급도 되고 거기다 사설 인력소보다 인건비도 저렴하니 농가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지난 18일 찾은 거창군 남상면 무촌리의 한 딸기 농장. 하우스에서는 근로자 6명이 상토를 이리저리 뒤집어 남은 뿌리를 찾는 상토뒤집기가 한창이다. 다음 작기 때 딸기묘들이 이곳에서 뿌리를 잘 내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작업이다.

이들은 필리핀에서 온 공공형 계절근로자다. 공공형 계절근로사업은 정부, 지자체, 농협이 협력해 공동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지자체가 외국인 계절근로자 프로그램에 따라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들여오면, 농협이 이들을 직접 고용해 체류를 관리하면서 필요한 농가에 인력을 보내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농가는 노동력 제공에 따른 이용료를 농협에 지급하고, 농협은 공공형 계절근로자들의 임금을 월급 형태로 지급한다.

올해 공공형 계절근로사업은 전년(23곳) 대비 3배 늘어난 70곳에서 참여한다. 현재 경남에서는 함양 조공법인, 거창 북부농협, 창녕 군지부에서 운영 주체로 참여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경남본부에 따르면 함양 조공법인은 베트남 근로자 35명, 거창 북부농협은 필리핀 근로자 30명, 창녕 군지부는 베트남 근로자 6명을 고용했다. 함양군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2년째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거창군과 창녕군은 올해 첫발을 뗐다.

함양군은 계절근로자 외국인 기숙사를 운영 중이며, 거창군은 오는 10월께 전용 숙소를 완공할 계획이다.

하반기 중으로 남밀양농협도 사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농협은 이 사업을 통해 올해 도내에 6월 말 기준 4127명(일수)의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농가에 지원했으며, 올해 1만 명 이상의 인력 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농가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농협에 인력을 요청하면 인력을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당 역시 일반 업체를 통해 고용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 이 때문에 농촌 인력의 인건비 인상을 견제하는 역할도 된다.

농장주 이형주(60)씨는 “인력 부족이 심각한 가운데 올해 거창에서 공공형 계절근로사업을 진행해 농가에 많은 도움이 된다”며 “안정적인 인력 수급도 되고, 외부에서 인력을 고용하는 것보다 일당이 3~4만원 정도 저렴하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농민이 외부 인력을 고용할 때는 일당이 12~15만원인데, 외국인 계절근로자 프로그램으로 인력을 지원받으면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약 10만원 선에서 인력을 고용할 수 있다. 함양은 9만6000원, 거창 8만원, 창녕 10만원이다.

지난해 도내에서 공공형 계절근로사업을 최초로 도입했던 함양군에서도 농가들의 만족도가 높다.

함양 조공법인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처음이다 보니 농가들에 해당 사업이 많이 알려지지 못했는데, 올해 같은 경우에는 농가들의 입소문을 타고 이용 농가가 크게 늘어났다”며 “현재 장마로 인해 유휴 인력이 생기는 걸 제외하면 거의 꽉 채워서 현장에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농민들을 위해 공공형 계절근로제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도내 농협들은 이전보다 더욱 분주해졌다. 계절근로자들의 관리는 물론이고 특히 기상 리스크를 안고 있는 농업 특성상 유휴 인력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한다.

농협에서는 장마 등 천재지변으로 인해 계절 근로자들이 일을 못하더라도 월급으로 임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손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현재 장마철 같은 경우에도 하우스 농사가 많은 지역이면 어느 정도 운용할 수 있지만, 노지 농사가 많은 곳에서는 이마저도 한계가 있다. 농작업 외에 투입도 불가능하다.

실제로 지난해 사업을 진행했던 전북, 경북 등 일부 지역 농협에서는 손실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만큼 농협 안팎에서는 유휴인력 활용 방안으로 △과수·채소 등 일시적 인력 수요가 급증한 타 시·군 소재 농가로의 확대 △농산물 선별장 등 활용 등이 나오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호응을 받고 있는 이 제도의 이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공공형 계절근로자들의 인력을 적절하게 잘 운용하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다”며 “이와 함께 계절근로자 관리를 위한 지자체, 유관기관 간 협력 체계 구축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한유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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