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가까이 공전하다 무산된 대기업 주도의 고양 'K-컬처밸리' 사업이 공영개발로 방향을 틀었지만, 이에 대한 지역민들의 해명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사업 무산 과정과 향후 계획에 대한 상세한 해명을 요구하는 도민청원도 일주일 만에 답변 요건인 1만명에 가까워지고 있는 상태다.
8일 경기도에 따르면 'CJ라이브시티 관련 상세한 소명, 재검토, 타임라인 제시 요청'이란 제목의 도민청원에 대해 오후 5시 기준 7천749명이 동의했다.
K-컬처밸리 사업 협약 해제가 발표된 지난 1일 게시된 해당 청원에서 청원인은 "9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렇게까지 (사업이) 지체되게 만든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해결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그리고 경기도 차원의 책임은 어떻게 질 것인지 등은 도민으로서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계획인 공공중심 개발에 대한 청사진과 기본계획, 방향에 대해서 언제까지 재수립 후 실행할 수 있는지 등의 명확한 시기와 데드라인, 목표설정도 설명해달라"고 요청했다.
경기도의 공영개발 사업 전환 계획 발표에도 도민들의 해명이 이어지는 이유는 K-컬처밸리 사업이 경기북부 미래 먹거리를 좌우할 최대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만큼, 공공개발 추진의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사업이 추진된 지난 2016년부터 사업 부지 인근인 고양 일산동구 장항동 일대는 K-컬처밸리 조성 기대에 개발이 본격화됐다. 인근 아파트단지와 상업시설들은 CJ라는 대기업의 2조원 넘는 투자를 홍보하며 분양 흥행을 이끌었고 경기북부 중심지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대기업 주도 사업 무산에 고양의 각종 아파트단지 커뮤니티에선 "베드타운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 "공공개발에서 언제 짓냐", "우리 지역은 끝이다"라는 등의 비관적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도민청원에는 "CJ라이브시티 계약해지를 전면 철회해 달라"는 내용의 청원도 다수 게재됐다.
특히 K-컬처밸리 사업이 구상한 '한류 중심지'가 여전히 미래 먹거리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어 아쉬움도 크다.
서울시의 경우 경기도의 사업 협약 해제 발표 다음 날인 지난 2일 대기업 주도의 K-POP 복합문화시설인 '서울아레나' 착공 사실을 알렸다. 최대 2만8천명 수용 가능한 대중음악 아레나공연장으로 K-컬처밸리와 유사한 성격의 시설로 연간 250만명 이상의 관람객 유치가 전망된다. 서울시가 부지를 제공하고, 카카오가 설립한 법인 (주)서울아레나가 시설 유지 관리 등을 담당하며 시공은 한화건설부문이 맡는다.
도 관계자는 "경기도는 CJ가 계획대로 준공 기한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공공개발을 위한 TF는 내부뿐 아니라 외부 전문가들도 섭외할 수 있도록 현재 논의를 지속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