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일보) 소값에 속 터지고 쌀값에 살맛 잃고… 농심 ‘뿔났다’

2024.06.20 09:54:30

80㎏ 한가마니 18만원대 쌀값 안정 대책·의지 없어
사료비 올라 키울수록 적자 한마리에 140만원 씩 손해
전남 한우농민 2000여 명·쌀 재배 농민 500여 명 상경집회 나서

#.“농번기 끝날 시기입니다. 뙤약볕에 한 숨 돌릴 시기잖아요. 서울로 올라가야 하는 심정은 오죽할까요? 건설사 경기 좀 나쁘다고 돈 풀고 세제 혜택 다 주잖아요. 전국에서 5%도 안되는 상속세 대상자 세금은 깎는다면서 왜 쌀 농사 짓는 농민에게는 그렇게 인색한 겁니까.”

#. “사료비 감당하기도 벅찬데, 경매 시장에 내놓지 못해요. 한 마리 키워 팔 때마다 적어도 140만원 손해봅니다. 못 해먹겠다며 올해 700개 농가가 포기했어요. 오죽하면 내 돈 내고 용산으로 가자고 할까요?!”

전남 농민들이 아우성이다. 묵묵히 벼 농사 지어온 것밖에 없는데, “쌀값 폭락을 왜 농사 짓는 농민들과 쌀 많이 안 먹은 국민들에게 돌리느냐”며 하소연한다. 축산농가도 마찬가지다. 소값이 떨어져 사료값 감당하기도 벅찬데, 정부는 소비자물가 안정만 챙기고 한우 농가 소득 안정에 대해서는 고민조차 하지 않느냐며 목소리를 높인다.

다음달 3~4일 전남 쌀·한우 농가 농민들이 뙤약볕에도 거리에 나서는 이유다. ‘국가가 버린 농업’, ‘농민을 버린 대한민국’에 대한 항의다.

19일 전남도에 따르면 전국한우협회 광주전남지회 소속 한우농가 2000여 명은 오는 3일 한우 가격 안정화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서울 상경 집회에 나선다. 지난 2012년 이후 처음으로 전국한우협회 회장단(15명) 만장 일치로 결정된 집회다.

앞서, 통계청은 ‘2023 축산물 생산비 조사 결과’를 통해 지난해 한우 비육우 한 마리당 142만 6000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했다.

한우 가격의 경우 비육우 600㎏ 기준으로 3년 전인 2021년 797만원이던 게 1년 만에 740만원으로 떨어지더니 올 5월에는 603만원까지 급락했다. 비육우는 고기 생산을 위해 기르는 소다. 반면, 사료값은 3년 전 25㎏ 기준으로 1만 625원에서 지난해 4월 1만 3625원으로 급등했다. 사료비가 증가하고 산지 판매 가격이 하락하면서 소 한 마리 키워 팔 때마다 142만 6000원을 손해보는 구조를 개선해 달라는 게 한우협회 광주전남지회측 요구다. 올 6월 기준 전남지역에서만 700 농가 이상이 폐업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전남지역 한·육우 사육농가는 1만 6067가구(사육 규모 62만 1028마리)로 경북(77만3000마리) 다음으로 많다.

문대열 전국한우협회 광주전남지회 사무국장은 “숫소 한 마리를 350만~400만원에 구입해 사료값 등 생산비를 감안하면 현재 700만~750만원 수준의 소값으로는 경매시장에 내놓기가 어려운 형편”이라고 말했다.

쌀 재배 농민들도 비슷하다. 전남지역 농민들 500여명은 다음달 4일 상경 집회에 나선다.

농민들 사이에서는 올 들어 처음으로 쌀값(80㎏)이 18만원대까지 내려 앉았는데, 대통령과 정부는 쌀 한 가마니당 20만원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는커녕, 쌀값 안정 대책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벼 생산량 감소에도 소비량은 더 크게 줄고 있어 매년 15만∼20만t 초과 생산되는 실정인데, 지난해에는 시장격리도 하지 않는 등 쌀값을 20만원대로 떠받치겠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산지 쌀값(80㎏)도 지난 5일 기준 18만 7176원으로, 지난해 7월(18만 6106원)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상적 쌀값 추이라면 매년 수확기(10~12월)이후 하락세를 보이다 5월부터 오름세로 돌아서는데도, 올 들어서는 반등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쌀값 걱정 않고 농사 지을 때는 언제나 오겠냐는 농민들 푸념도 끊이질 않는다.

전남 농협 RPC 등의 벼 재고량도 15만 2000t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8만 3000t)에 견줘 82.8%나 많다. 농가 인구(14만 7000가구·28만 7000명)는 전국 2위, 경지 면적(27만 7095㏊) 전국 1위인 전남 현실을 고려하면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게 전남 농업계 판단이다. 농번기 마무리 시기에 숨 돌릴 시간도 없이 뙤약볕에서 시위를 벌여야 하는 농민들 심정은 ‘이대로면 다 죽으라는 것 아니냐’는 분노가 담겨있다.

전남도는 쌀·한우 축산 농가가 전남의 핵심 농정임을 감안, 쌀 재고물량 15만t 이상 시장 격리를 요구하는 한편, 전남지역 국회의원들을 찾아 쌀값 안정을 위한 정부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한우 농가에 대해서도 오는 21일 전남지역 축산농협측과 간담회를 갖고 대책 마련을 논의해 지원 방안을 결정해 정부에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문금주(고흥·보성·장흥·강진) 국회의원도 지역 농·수·축산 농가의 지속 가능한 영농환경 조성을 위해 ‘지속가능한 한우산업을 위한 지원법안’과 ‘농어업회의소법안’을 재발의한 상태다.

김지을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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