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이 27년 만에 확정된 데 반발해 의료계가 항의 집회 등 전국적인 집단 행동에 나서기로 하면서 의·정 갈등은 물론 의료 파행이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올해 고3 학생들에게 적용할 내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을 심의·확정했다.
대교협은 지난 24일 ‘제2차 대입전형위원회’를 열어 전국 39개 의과대학 모집인원을 포함한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 변경사항을 원안대로 승인했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 시작되는 2025학년도 대입에서 의대(의전원 포함) 모집인원은 40개 대학에서 종전 3058명 대비 1509명 늘어난 4567명이 된다.
대입전형위원회는 시·도 교육감과 대학 총장·고교 교장·학부모 대표 등 21명으로 구성됐는데, 이중 13명이 참석해 회의 1시간 만에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사항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대교협과 교육부는 이날 확정한 대입 계획을 비롯해 의대 입학전형과 관련된 정시·수시모집 비율 등 세부적인 내용을 오는 30일 발표할 예정이다. 대교협으로부터 시행계획 변경 승인을 통보받은 대학들이 오는 31일까지 내년도 입시 모집요강을 홈페이지에 공고하면 모든 절차가 마무리된다.
이같이 의대 정원이 늘어난 건 제주대 의대가 신설됐던 1998년이 마지막이다. 당시 의대 정원은 3300명이었다. 이후 2000년 의약분업 시행으로 병·의원 약 처방이 불가능해지자 정부는 의료계에 수가 인상과 함께 의대 정원 감축을 제안했고 의대 정원은 2003년 3253명, 2005년 3097명, 2006년 3058명으로 줄어든 뒤 19년간 동결됐다.
정부는 2010년 이후 고령화사회에 대비해 의대 증원을 추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는 2012년 의료계를 설득하지 못해 의대 증원을 하지 못했으며, 문재인 정부도 2018년 공공의대 신설 계획과 10년간 4000명 증원안을 내놓았지만 결실을 맺지 못했다.
의협은 이날 증원 확정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내고 “의료시스템을 공기와도 같이 당연히 생각하셨을 우리 국민들께서 모든 후폭풍을 감당하셔야 할 것이 참담할 뿐”이라며 “정부의 폭정은 반드시 심판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료계는 “지금이라도 의대 증원 절차를 멈추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의료계는 어떤 형태나 방식으로든 의대 증원 절차가 중단되지 않으면 병원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이 복귀할 명분을 잃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수련병원 100곳에서 근무 중인 전공의는 650여명으로, 전체 전공의 5% 수준에 불과하다.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의대생들의 ‘집단유급’ 데드라인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의대가 있는 40개 대학 중 37개 대학이 이미 온·오프라인 수업을 시작했지만,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이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의대생들 대다수가 이미 휴학계를 제출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료계의 이번 주 전국 동시다발 집회는 의·정 갈등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대 증원 등 정부의 의료개혁 정책을 규탄하기 위해 서울과 광주 등 전국 6개 지역에서 촛불집회를 연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은 30일 밤 9∼10시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대한민국 정부 한국의료 사망선고의 날’ 촛불집회를 개최한다. 같은 날 광주·전남북 지역 개업의와 교수, 전공의, 의대생 등은 옛 전남도청 광장에서 촛불집회를 갖고 강원과 충청, 경상, 제주 등 전국 6개 지역에서 동시다발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의대 증원을 반영한 내년도 대입 전형 시행 계획이 확정된 데 대해 “교육부는 증원이 이뤄진 대학과 적극 협력해 대입 시행 준비에 만전을 기하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원활한 교육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 달라”며 이같이 밝혔다고 대통령실 성태윤 정책실장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윤 대통령은 또 보건복지부에 “비상 진료체계를 굳건히 유지하라”며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으로 돌아와 환자 곁에서 수련을 마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