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NASA(미국 항공우주국)’를 표방하는 정부 조직 우주항공청(KASA)이 드디어 27일 경남(사천시)에서 문을 열었다.
유럽 우주항공 중심도시 ‘프랑스 툴루즈’를 롤모델로 우리나라 우주항공정책과 연구, 산업을 총괄하는 정부 외청이 오늘부터 사천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정원 293명 중 110명만 근무를 하고, 우주항공정책국장과 우주항공산업국장 등 핵심 간부 2명을 현재 공개 채용 중인 가운데 출발했지만, 우주항공산업 전반을 총괄하는 핵심 정부조직이 경남 사천에서 출범한다는 것은 경남이 우주항공산업의 메카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자 관련 산업과 조직의 한 단계 도약을 의미한다.
나아가 산하기관으로 대전에 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과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의 사천 이전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리고 R&D(연구개발) 예산 확대, 우주항공청만 덩그러니 있는 것이 아니라 관련 산업체와 대학을 포함한 R&D 기능이 망라된 단지를 갖춘 우주항공복합도시를 건설해야 프랑스 툴루즈와 같은 도시가 된다는 점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
◇경과=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대선 때 한국항공우주산업 본사·공장이 있는 사천시에 우주항공청을 설립하겠다고 공약하면서 시작됐다.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2022년 5월 사천시에 우주항공청을 설립하는 내용을 포함한 110개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우주항공청 소재지로서 사천시 입지가 확정됐다.
윤 대통령은 같은 해 8월 우주경제 로드맵을 직접 발표하면서 ‘5대 우주강국’ 진입을 목표로 제시했다. 대전에 있는 항우연과 천문연 이전 갈등 등으로 입법 진통을 겪었으며 올해 1월 9일 ‘우주항공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이하 우주항공청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의미·과제= 경남은 우리나라 유일한 항공기 제작업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사천시), 한국형 발사체(KSLV) 엔진을 생산하고 총조립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창원시) 등 우주항공 관련 기업이 밀집한 곳이다.
두 업체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부품·소재 협력업체들이 우주항공산업 생태계를 이룬 곳이 경남이다.
경남은 우주항공산업 생산액, 기업 수, 종사자 수 모두 1위다.
그런 점에서 우주항공청 개청은 관련 산업에 이어 R&D 기능 등 집적화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대전에 있는 항우연과 천문연의 사천 이전은 집적화의 또 다른 출발이며, 우주항공복합도시를 향한 두 번째 걸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사천을 툴루즈와 같이 만들기 위해서는 최고의 보안과 안보 시스템을 사천시 일원에 구축함으로써 우주항공방어기지를 갖춘 군산복합형 우주항공복합도시로 키워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주항공산업 일관화를 사천에서 이루는 것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속한 우주항공복합도시특별법 제정도 과제이다.
핵심 인력인 발사체, 위성 등 우주청의 주요 임무를 각자 맡을 우주청 임무본부 소속 부문장(국장급)도 빨리 뽑아야 한다. 현재 홈페이지에서 공모 중인 가운데 핵심 인력 충원 이후 나머지 180여 명도 연말까지 충원해야 한다.
출범과 함께 총리 직속에서 대통령 직속으로 변경되는 국가우주위원회도 재구성해야 한다. 청장이 국가우주위 간사라는 점에서 위원회 구성도 진행될 전망이다.
산하기관인 항우연과 천문연과의 역할 재정립도 시급하다. 지금까지 항우연이 맡았던 차세대발사체, 달 탐사선 등 사업을 우주항공청이 맡는 만큼 어떻게 재정립할지 주목된다.
윤영빈 초대 우주항공청장 내정자는 26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에 대해서는 적극 참여 추진, 정부의 2032년 무인 달 착륙선 계획에 대해서는 도전의 당위성 등을 밝혔다. 또 산하기관인 항우연과 천문연의 사천 이전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며, 긴밀한 연대를 강조했다.